Unlocking the customer value chain
원서의 제목은 Unlocking the customer value chain: How decoupling drives consumer disruption이니, 세부적인 의미를 그대로 보자면 '고객가치사슬(CVC) 해체하기: 어떻게 디커플링이 소비자의 디스럽션을 견인하는가' 정도 될까요. 번역서의 제목은 그냥 '디커플링: 한순간에 시장을 점령한 신흥 기업들의 파괴 전략'입니다. CVC 분석과 디커플링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지 않는다면 번역서 제목은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연찮게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어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수많은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필요한 부서에 정리하여 전달하는 일이다 보니, 기업의 수익을 직접적으로 창출하는 경영과 관련된 부분에는 사실 문외한입니다. 전공분야도 공학, 과학이니 더더욱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 지식이 없습니다. 이 책은 하버드 MBA 교수님께서 쓰신 일종의 경영 전략서입니다. 앞으로 사업을 하려면 이런 식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죠.
번역서에서는 다양한 용어를 그냥 영문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디커플링, 디스럽션 등등. 아직 우리 사회에 익숙한 개념이 아니다 보니 정확히 이를 대체할만한 국어가 없을 수도 있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점차 글로벌화되고 있는 시대에 굳이 용어를 한글화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어릴 적 번역 교과서로 배웠던 각종 용어들을 유학시절 다시 영문으로 이해하느라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불편함을 겪기도 했고요. 종종 우리말로 번역된 용어들이 그 의미를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해, 정의를 오해한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번역서에 떡 하니 큼지막하게 걸어놓은 것처럼 '디커플링'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특정 행동이 목표를 달성하기 까지, 사업이라면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이 이를 사용하여 다시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기까지의 연결고리를 끊어가면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책은 500페이지라는 두께로 인해 다소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기업의 사례들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개념들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간단한 이야기를 이렇게도 설명해주고, 저런 사례도 들어주고 하면서 두꺼워진 것일 수도 있고요. 1/3 정도 읽다 보면 계속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그만큼 저자가 이 이야기를 강조해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40대인 저는 사실 트위치 같은 게이머 스트리밍 서비스는 잘 모릅니다. 스팀을 통해서 패키지 게임을 구매한 것도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도 않네요. 스팀의 예를 먼저 들어보자면, 예전에는 게임을 하고자 하면 고객이 게임 판매점에 가서 구매를 해야 했는데, 스팀 온라인 게임 서비스는 이 연결고리를 끊고 가게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바로 게임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포인트라는 것이죠.
트위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게임을 했던 추억을 떠올려보면, 슈퍼패미컴이 있는 친구 집에 여러 명이 모여서 돌아가면서 슈퍼마리오를 합니다. 한두 명이 플레이를 하고 나머지는 이를 구경하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누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대화를 합니다. 대학시절에는 위닝일레븐 축구게임이 인기였죠. 마찬가지로 두 명, 네 명 정도가 플레이를 하고 나머지는 맥주 한 캔씩 들고 실제 축구경기를 관람하듯이 밤새 떠들곤 했습니다. 기존의 연결고리는 게임을 구매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었다면, 트위치는 게임을 굳이 하게 만들지 않고, 남이 플레이하는 것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모델을 새로 만들어 낸 것이죠. 실제 저희 사무실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은 긴박함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좀 받고, 승리하지 못하면 기분이 상하기도 하는데, 계속 이기는 플레이어의 게임을 보고 있으면 대리만족도 되고 오히려 직접 게임을 하는 것보다 재미있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축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의 전략은 이런 접근을 통해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배달의 민족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배달 서비스도 이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직접 가게에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야 하는 것을 끊어버린 것이죠.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다시금 과정을 분석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런 것을 만들었으니 이걸 팔아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행동방식을 찾아내는 것이죠.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고객들도 자연스럽게 욕구가 흐르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무조건 혁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기술이 고객의 욕구와 방향이 맞을 때 혁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이 꼭 금전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민간 기업에서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공공서비스에는 이 개념이 적용될 수는 없는 것인가. 공공기관 웹페이지를 사용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을 때가 많습니다. 접근성과 활용성이 고려되지 않은 UI, 민간기업과 격차가 너무 벌어진 구시대적 보안모듈, OS접근성 등. 공공의 영역에서는 사용자를 확실히 덜 고려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외부에 제공하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내부 업무절차에서도 디커플링을 적용할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공공서비스 영역은 단위 책임자, 관리자가 소속원에 대한 인건비나 관리비를 직접 지출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업무의 비효율성과 병목이 생기면, 진단을 통해 이를 개선하기보다는 충원이나 보강, 초과근무 등을 통해서 해결하겠죠. 만약 민간기업이었다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충원, 보강, 초과근무를 조장하는 관리자가 퇴출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4차 산업혁명이란 말도 이제는 어느 정도 지난 말이 되어버린 시대에, 기술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가치에 집중해 보자는 메시지를 던져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6. 하지만 이들이 기술을 사용하는 이유는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바꿔 말하면 기술이 아닌,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진정한 혁신이다.
119. 미시간 대학교 연구원 앨런 아푸아의 주장에 따르면 가장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주요 제품 사이에는 관련성이 거의 없다.
131.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중략) 우리는 매일 아침 샤워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을 위한 무언가를 발명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210. 고객의 욕망을 거스르는 일은 얼마간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결국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새로운 회사가 생겨난다. 단순한 진리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거스르는 일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
229. 베스트바이는 고객의 욕구에 반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만약 구매자들이 전자제품 구입하기 전에 만져보고 시험해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소매 업체는 고객이 그렇게 하게끔 권해야 한다. 고객이 앱을 사용해 온라인 가격 비교를 하는 행위를 막아봐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233. 나는 고객의 분리 욕구가 물리학의 엔트로피 개념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315. 고객을 한 명 한 명 유치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에어비앤비가 호텔방이 부족했던 콘퍼런스 기간을 이용하고 크레이그리스트 사용자들을 활용했듯 소규모 스타트업은 고객을 대량으로 유치해야 한다.
365. 기업은 혁신을 멈출 때가 아니라 자사의 초기 성장을 이끌어준 고객의 욕구에 집중하던 눈을 다른 데로 돌릴 때 성장 정체를 겪는다는 것이다.
387. 직원들은 예전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 쇠퇴하는 비즈니스와 함께 도태되던가, 아니면 배우고 적응하면서 새롭게 성장하는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396. 결론을 말하자면 연구자들은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현재의 동향 또는 추세를 더욱 정확히 포착할 수 있으며, 이 방식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부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보다 비즈니스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증명했다. 기원전 6세기 중국 시인 노자는 일찍이 "지식을 갖춘 자여, 예측하지 말라. 예측하는 자는 지식이 없다"라고 했다.
397. 개별 소비자는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내린다고 볼 수 없다. 선입견 때문에 일관적인 선택을 내리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은 예측 불가능할 때가 있다. 또한 소비자는 너무 많은 선택권에 직면하면 피로감을 느끼고 최적의 선택을 내리지 못한다.
401. 나중에 알았지만 저커버그가 매일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하다 보니 그게 그의 '제복'처럼 되어버렸다. 저커버그의 옷차림 속에는 단순함의 가치가 내재되어 있는 듯했다. 실제로 저커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페이스북을 가장 잘 운영하는데 필요한 결정 이외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줄여나갈 수 있게끔 정리하는 삶을 살려한다." 매일 아침 옷을 입을 때마다 언제나 입을 수 있는, 표준 옷을 정해두었다는 것은 매일 결정해야 할 일 하나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중략) 저커버그의 행동이 '한 번 설정하고 잊어버리기'라는 광범위한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커버그를 비롯한 그의 또래들은 삶을 단순화하기 위해 무엇을 입을지 정해놓고 그 결정을 지속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일론 머스크 그리고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퇴임 후에 이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428. 그리고 다가오는 폭풍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임무를 최고경영진에게 미루지 마라. 당신 또는 조직의 누군가가 의미 있는 소비자 집단의 행동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지한다면 그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라.
432. 오늘날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기술과 혁신을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잘못된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437. 한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특정 상황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 인식하는 세상과 덜 공격적인 상태에서 인식하는 세상은 다르다고 한다.
438. 단 경쟁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스포츠에서 톰 브래디, 린지 본, 르브론 제임스, 윌리엄스 자매, 로저 페더러 같은 선수들은 상대편을 배움과 영감을 얻는 대상, 심지어 협력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존중한다. 그렇게 하면 더 멋진 경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모두에게 더 나은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