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호칭 중 왜 선배라는 단어는 뭔가 내게 큰 부담일까?
요즘 나를 부르는 호칭엔 여러 가지가 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책임님, 본부에서 사용하는 ~님, 친한 사람들끼리 부르는 이름, 그리고 옛날 해외업무를 하던 팀에서 부르던 영어 이름. 이제 어느덧 10년을 같은 회사에서 다니다 보니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부른다. 뭐라고 나를 불러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데, 이상하게 선배라는 단어는 이상하게 신경이 많이 쓰인다.
선배라는 표현을 돌아보면 대학교 때 쓰진 않았다. 우리 학교는 그런 선후배의 문화가 강한 학교도 아니었고, 나도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어색했던 것 같다. 군대에서도 당연히 안 썼고, 그러다 보니 돌아보면 선배라는 표현은 딱 내가 입사했을 때 1년 입사를 먼저 한 1년 선배들한테 썼었고, 내 딱 1년 뒤에 후배들한테만 들었던 표현인 것 같다.
먼저 내가 선배라고 부르던 사람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 같은 팀 선배는 이제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다시 돌아와서 판교에 정착을 하면서 종종 만난다. 하지만 더 이상은 선배라고 부르기보다는 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언젠가부터 선배가 아닌 형이라고 부르고 더 가까워진 것 같다. 회사생활, 인생 등등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자유롭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편하게 대화하게 되었다. 결국 난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어졌다.
그런데 매우 이상하게 나한테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이 딱 3명이 있다. 2명은 저 당시에 들어왔던 우리 팀 동생과 옆팀 동생,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내 동기의 후배 즉 다른 본부의 후배가 가끔씩 만나면 선배라고 부른다. 다른 본부 동생은 선배라는 표현이 어색해서 그냥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는데도 꼭 다시 만나면 선배라고 부른다.
오늘은 우리 회사의 매우 독특한 문화인 책임들만 출근하는 날이었다. 매니저는 제헌절 쉬는 날이고 책임들만 출근해서 회사가 매우 우중충한 느낌을 풍기는 매우 독특한 날이다. 그런데 오늘 평소에 데면데면하던 그 옆팀 동생이 갑자기 먼저 찾아와서 인사를 했다. 선배라고 부르며 시작했던 안부인사정도의 인사였는데, 선배라는 시작이 나에겐 무척이나 어색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화에 집중이 잘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근데 사실 선배라는 표현이 정확히 어떤 표현인지 모르겠다. 그는 조기승진을 하고, 나는 1년을 누락하면서 오히려 나보다 승진을 1년 빨리하게 된 상황인데, 내가 선배가 맞나? 이런 생각부터 들었던 것 같다. 선배라는 표현이 맞는 건가? 순식간에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며, 나는 그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거지, ~ 책임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그렇다고 갑자기 이름을 부르기도 뭔가 조금은 어색한 것 같고, 그렇게 간단히 안부만을 이야기하고 대화는 종료가 되었다. 오히려 내가 너무 대화를 나도 모르게 끊어버렸나, 일을 하다가 갑자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하기 싫은 건 전혀 아닌데, 오히려 오랜만의 대화가 반가웠는데 말이다.
이상하게 선배라는 표현을 들으면 괜히 무언가 해줘야 할 것 같다. 회사인 만큼, 업무도 챙겨줘야 할 것 같고, 뭔가를 알려줘야 할 것 같고, 밥을 사줘야 할 것 같고, 커피를 사줘야 할 것 같다. 근데, 이게 회사생활이라는 게 내 마음처럼 되질 않으니... 내가 그렇게 잘 나가질 않으니... 내가 뭘 챙겨줘야 할 처지도 아닌 것 같고, '나'라는 사람 하나는 그럭저럭 회사에서 잘 나가진 않아도 매일 운동을 하듯 그렇게 꾸준히 다니고 있는데, 이상하게 선배라는 단어는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것 같고 그래서 선배라는 표현 하나가 나에겐 뭔가 매우 부담감을 느끼고 불편한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내가 선배라고 부르던 형은 언제나 만나면 나한테 밥을 사준다. 내가 먼저 사려고 해도 항상 먼저 계산해 버린다. 근데 그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형도 한때는 선배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던 나를 보면 괜히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