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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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예산과 상상의 타협이다. 상상은 최대한 거창하게, 그리고 예산 안에서 똑똑하게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집의 타협점은 늘 이케아다!
우리의 상상1. 원목 상판을 갖고 싶다
우리의 상상2. 상부장을 없애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고 대신 ㄱ자 주방으로 수납공간을 확보하자.
사실 주방의 경우 타협점 이라기보다 이케아 주방이 제일 예쁜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근데 꽤 비싸다! 이케아는 싼 가구를 파는 곳이 아니라 품질대비 저렴한 물건을 판다. 특히 이케아 주방의 하드웨어(경첩, 손잡이, 서랍 댐퍼 등)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상판은 석영, 그리고 스테인리스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우리 주방의 경우 설치까지 총 300만원이 들었는데 사실 우리가 구매할 사이즈라면 한샘이나 맞춤 주방등으로 훨씬 저렴한 가격에도 할 수도 있다. 이케아 주방이 저렴하다는 생각은 버리길! 근데 정말 예쁘다.
이케아 주방이 예뻐서 선택했다면 이제는 불편함을 감수할 차례다. 이케아 주방 사는 방법운 진짜 복잡하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애를 써도 단계를 줄일 수 없다. 우리도 왜 못해 이러고 시작했지만 결국 온갖 복잡한 과정을 다 겪었다.
0. 어떤 주방을 갖고 싶은지 확실히 정해놓기. 레퍼런스 많이 찾아놓자. 내 주방을 설치할 곳의 크기를 재놓는다. 싱크대 가로 길이, 폭을 정해 놓자. 높이는 89cm 고정이다.
1. 이케아 주방 예약하기. 3-4월에 주방 할인 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미리 예약해 두자. 할인 시작하면 예약 못한다.
2. 일찍가거나 상담 하기 몇일전에 가서 미리 골라 놓는다. 그리고 상담 시작. 여기서 이케아 홈페이지에서 이케아용 캐드로 직원과 함께 원하는 주방을 그린다. 그리면서 직원이 내가 미쳐 필요한 줄도 몰랐던 내부 부품들을 어마어마하게 추가해 준다. 다 끝나면 이 날 실측 예약한다.
3. 2번에서 그린 캐드를 바탕으로 우리 집으로 기사님이 오셔서 실제 이 도면이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 직접 재본다. 여기서도 주방 길이가 많이 변한다. 서랍 갯수, 어떤 폭의 서랍을 할 지 등등도 변경 가능. 몇일 뒤 도면을 새로 그려서 보내준다.
4. 3번에서 컨펌한 도면을 들가서 이케아로 간다. 돈을 내고 배송 예약, 설치 예약을 한다. 근데 내가 사려고 하는 물건이 없으면 또 와서 또 결제하거나 다른 지점으로 가야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꽤 있다. 돈 내는 것도 여러번 가야하는 상황이 발생. 게다가 우리는 설치가 엄청 밀려서 한달뒤로 예약했고 한달동안 싱크대 없이 살았다 ㅋㅋㅋ 미친 경험 이었다.
5. 배송이 온다. 집안에 쌓아둔다.
6. 설치기사님이 아침 8시쯤 오셔서 오후 2시까지 설치해 주신다. 이때 서랍 등에 구멍 뚫고 상판 자르고 하느라 먼지가 엄청나게 날린다. 물론 비닐커버 씌워주시긴 하지만 각오 하시길.
설치비는 재료비에 비례한다. 10%정도로 계산하면 됨. 재료비+설치비 포함 300정도 들었다. 참고로 칼뷔 참나무 상판, 쿵스바카 앞면을 선택했고 (옆면 등등 안보이는 곳은 정해져있음) 손잡이는 젤 싼걸루 했다. 싱크대와 수전도 그냥 크기에 대충 맞췄는데, 수전이 높다보니 설겆이할 때 물이 많이 튄다. 할꺼면 낮은걸로 하세요.
설치 과정! 주방 가구들 진짜 무겁고 진짜 많다. 두분이 오셔서 뚝딱뚝딱. 존경스러웠다.
5시간 만에 주방 완성! 비어있는 구멍은 식세기를 위해 남겨둔 부분이다.
식세기 넣고 밥솥, 오븐, 냄비등 필요한 것들 집어넣은 우리 주방. 너무 예쁘다. 뿌듯해.
첫번째 서랍은 물컵용! 입은 두개지만 컵 다 이정도 있는거죠? 맥주잔, 물컵, 위스키잔, 머그컵, 법랑컵, 소주잔 다 필요하잖어...
참고로 이케아 주방은 서랍이 비싸다. 근데 서랍이 편하긴 함. 그리고 주방 깊이는 딱 두 종류인데 40cm, 60cm 이다. 근데 60cm 주방에 선반이면 끝까지 팔이 닿지 않아서 오히려 수납력이 떨어진다. 우리는 벽면 말고 꺽이는 쪽은 40cm깊이, 벽면은 60cm 깊이로 했고 60cm는 다 서랍으로 했다. 서랍 종류도 많으니까 열심히 골라보자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파를 주방과 맞붙여 놨다. 소파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 사이에 의자를 놓고 상판을 튀어 나오게 해서 발 넣을 곳을 만들어 놨다. 여기서 밥먹을 때도 많다. 다이닝룸은 뭐랄까, 본격적으로 먹는 날에만 쓴다.
이 공간 너무 소중해. 지금도 여기서 글 쓴다. 콘센트가 가깝기 때문 ㅋ
이케아 주방 정말 잘 쓰고 있다. 나무 상판 관리 어렵다고 하던데 별 어려움 없이 6개월째 잘 쓰고 있다. 여름 지나보면 평이 달라질지도?
우리는 맞벌이 부부인데, 둘다 휴가 한번 쓰지 않고 주방 세팅을 했더니 원래보다 훨씬 늘어진 감이 있다. 평일에 배송도 받고, 설치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금방 끝날 것 같다. 모든 것을 8시 이후나 토요일에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구매~설치까지 최소 한달은 잡고 움직여야 한다. 우리는 철거를 너무 빨리 했더니 싱크대 없이 3주나 살아야 했다ㅎㅎㅎ
이케아 주방의 장단점을 정리해 보자면,
장점
1. 전부다 내가 고를 수 있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
2. 레고처럼 규격이 다 정해져 있고 어떤걸 끼워 맞출지 정하면 되는게 편했다. 통으로 한 세트면 불편했을 텐데 내가 부품하나하나 고를 수 있는 자유도 있어서 좋았다.
3. 서랍 크기, 모양, 재질이 다양하다.
4. 예쁘다. 너무 예뻐.
5. 맘에 안들면 환불 가능. 전체는 아니고 서랍같은 경우는 설치 후에도 다른 걸로 교환, 환불 할 수 있다. 한쪽을 선반으로 설치했다가 우리가 직접 풀어서 가져가서 환불하고 서랍으로 바꿔왔다. 이거 설치는 당연 우리가 했고.
단점
1. 복잡함. 고르는게 복잡한건 괜찮은데 배송받고 설치하고, 직장인에게 정말 무리가 되는 일정이었다. 낮에만 배송하니까...
2. 싱크대가 별로다. 음쓰 구멍이 정말 작아서 좀만 버려도 막힌다. 그리고 큰 사이즈의 선택폭이 적다. 다음에 하다면 다른데에서 맞춰서 쓸 것 같음.
3. 돈주고 산다고 해도 물건이 없는 경우가 왕왕있다. 서랍같은 경우 한개가 부족해서 결국 설치할 때 서랍 한개 빼고 설치했다. 이거 나중에 우리가 해야지 했는데 아직도 안함ㅋ
이케아는 장단이 꽤 확실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자기한테 맞는다면 단점은 충분히 보완 가능하거나 참을만 하다. 어쨌든 큰 돈이고 큰 가구니까 무조건 견적 많이 받아 보고 많이 보고 많이 비교해 보는 것이 후회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대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식세기는 강추하고 싶다. 식세기 없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https://ohouse.onelink.me/2107755860/afd06362
집이 정리되고 나서 신이나서 여기저기 글을 썼다. 운좋게도 오늘의 집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데에는 누가 쓰는걸까 궁금했었는데 막상 내가 쓰게 되니 너무 신기했다. 역시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띄고 빛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열심히 구르고 나 이런것도 하고 있다고, 펄쩍 펄쩍 뛰지 않는 이상 별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거 오바 아닐까?'하는 걱정을 하면서 벌인 일들이 이렇게 작은 보상으로 다가 올 때 더욱 기쁘다. 앞으로 더 오바해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