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글쓰기

소심하게 조심스레 포스트잇 글쓰기

by flyingfish
소심한 글쓰기-포스트 잇

요즈음은 정리를 자주한다.

툭하고 나온 스케치북형 노트 한권!


보다가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우울증의 소심함을 포스트잇 글쓰기로
대변한다

그때즈음이었나보다.

우울증의 최절정기의 나는 그 누구와도 가슴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아니 못했다.

가슴 깊히 어둠과 부정적인 마음밖에 남지 않은 터라 나는 올라오는 내 감정을 믿지 않았다.

그 날은 내가 타지 생활에서 가장 기대이던 유일한 한국친구와 아무런 싸움도 없이,

조용히 천천히 금이 나기 시작한 관계가 거의 깨어져버린 날이었다.


친구에게 하고픈 말도 많았지만 나는 내 감정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원래 알던 그녀는 나와는 달리 말수가 적고,나말고는 친구도 잘 만들지 않으며,자기 주장은 잘 펼치지 않는 마음씨 좋고,늘 나를 너무나 이뻐해주는 그녀였기에 ...

언뜻언뜻 보이는 착한 그녀의 너무나도 다른 이면을," 내가 부정적으로 보는거야"라고 내 또다른 자아가 나를 또 타이르듯 말했다.

'그래 맞아'하고 생각하면서도 맘 한구석은 다른 말을 하고 싶었나보다.


그림을 그리는 스켓치북에라도 뭔가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몇년 후 이 스켓치북을 다시 보게되면 이 글 때문에 내가 내 드로잉을 찢어버려야하는 걸...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날이면

드로잉의 한구석에 이렇게 포스트 잇을 붙혀놓고 글을 썼다.

'일단 쓰고 나중에 뜯어서 버리자'하고


그 양이 많기도 많더라.


그런데 오늘 읽어보니

약을 먹으면서 근근히 버텨왔던 2년전의 내가,

사실

꽤나 날카로운 생각들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이제 나를 믿어주자.

내 감정은 옳다고!

소심하게 포스트 잇을 붙혀 글을 쓰는것부터가 얼마나 사려깊은 생각이냐고!



내 소심한,포스트 잇 글입니다.



그 기억들이

그 추억들이

나를 잡는구나.

나는 진정으로 creator였다.

나는 당신의 그림자를 제외하고서 당신을 창조했다.

그러므로 너는 너가 아니다.


내가 밟았던 것은 내 그림자 뿐만 아니라

당신의 그림자조차도 밟았나보다.


당신의 집에선 늘 하수구 막힌 냄새와 무언가 물이 고인 냄새가 났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인공향이 아주 강한 방향제를 뿌려두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당신과 나의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향이 강한 방향제를 뿌려 우리는 늘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