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친절한 상담사와 결국 화가 난 내담자 나
1년 몇 개월의 상담을 올 2월 즈음 마치고 한국을 떠나오면서 나는 내 마음의 힘일 생길 때까지 옆에서 함께 걸어줄 상담 선생님을 10회분 선불로 모셨다.
일종의 안전장치 같은 것이었다
깨진 뼛조각은 다 붙었지만 당분간은 깁스를 다 풀지 않고 support의 개념으로 놓아두는 것처럼.
전에 선생님과는 사뭇 다른 아주 다정하고 조곤조곤 친절하신 분이셨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늘 동조하고 공감하고 시종일관 진중한 얼굴로 들으셨다.
'00 씨 얼마나 힘드셨을까'.
이 말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 늘 상담의 기법을 자주 쓰셨다.
가령 어린날의 나와 이야기하기, 빈 의자 기법, 내가 마음 불편한 사람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말하기, 나에게 말로서 칭찬하기 등등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나는 언제나 낯간지럽고 쭈뼛쭈뼛하고"그래서 멀 어쩌라는 거야.."라는 생각 이외엔 별로 마음으로 와닿지가 않았다.
지나친 공감과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그 진중하고 착한 눈빛에서 나는 늘 어떤 부담을 느꼈다.
어떤 날에는 나를 가엽게 여기는 것 같은 눈빛이, 위로와 공감보다는 동정처럼 보여서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진짜 큰 병에라도 걸린 환자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로받고 싶지 않아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친절이 그토록 부담스러운 것이 내가 나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00 씨는 왜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어 하지 않지요? 이제껏 해오신 분들이랑 달라서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래, 우울에 빠지더니 이제 사람 호의까지 삐뚤어지게 받다니..
내가 왜 이러지... 자주 이런 생각에 빠져 들면서 상담을 멈추고 싶었지만 10회를 무사히 마쳤다.
나는 마지막에 선생님께 상담사로서 해 주실 이야기가 있냐고 물었다.그러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저는 00 씨가 아니라고 하지만 너무 외로워 보였고, 또 애처로워 보였고 물가에 내어 놓은 어린아이처럼 보였을 때도 있었어요.
이제껏 타국에서 잘 살아오신 건 신이 도운 건가 봐요.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요.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 친절한 상담 선생님은 정말로 나를 안쓰럽게 여겼나 보다는 생각이 훅하고 기분이 나빴다.
커다랗게 웃으며 '네. 감사합니다'하고 서둘러 마쳤다.
친절한 상담 선생님의 10회 차의 상담이 공허하고, 늘 나를 애처롭게 보던 그 눈빛이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이 글을 지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이 부끄러운 이 화나는 마음을 말할 곳가 없으니 여기가 일단 써두도록 하겠다.
저는요, 같이 이야기하고 뚜벅뚜벅 같이 걸어가 줄 이가 필요했지 위로도, 격려도, 커다란 공감도 원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혼자서만 이야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