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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N Sep 10. 2017

그것 (It, 2017)

- 눈에는 눈,이에는 이 - 광대 잡는 (공포) 성장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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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onder Log (By FlyingN)


영화 <그것 (It, 2017)>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배경은 이유 없이 사람들이 자꾸 사라지는 '데리'라는 작은 마을. 학교에서 따돌림, 괴롭힘을 당하지만 굴하지 않는 '루저 클럽'은 실종된 빌의 동생 조지를 찾으러 나선다. 핏빛 풍선을 든 페니와이즈는 각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이들 앞에 선다.


영화의 초기 트레일러에서 눈빛만 보이던 '춤추는 광대 페니와이즈'는 이후 공개된 트레일러부터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에서도 그렇다. 시작한지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화면은 핏빛으로 물든다. 스산한 그림자 속에서 보일 듯 말 듯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페니와이즈의 공포는 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환영도, 시달리기만 하는 한낱 악몽이 아니다. 폭력을 가하는 존재로 실재한다. 나타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물어뜯고 목을 조르고 때린다. 밤낮도없다. 한밤의 지하실, 대낮 길 한복판, 화장실, 거실, 하수도등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만 나타나는 줄 알았더니 무리 지어 다녀도 하나 둘 떨어뜨려 괴롭힌다.


공포에 휩싸인 아이들은 '그것'의 바람대로 잠시 흩어지지만 이내 다시 모인다."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성찰을 거친 아이들은 각자의 공포를 단숨에 극복한다. 아이들이 공포를 마주하는 방식도 매우 직접적이다. 따로 또 같이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순간 공포와 긴장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날아간다. 

영화가 공포를 다루는 낯선 방식에 호불호가 갈린다. 장면과 소리로 간담이 서늘하기보다 실재한 폭력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쪽이다. 어른들이 흔히 성장통이라며 가볍게 여기는, 하지만 당사자들에겐 끔찍할 고통일,또래의 폭력이 귀신보다 더 잔인하고 무섭게 보인다. 


사실 가장 무서운 건 실종된 아이들의 전단이 하나 둘 겹쳐지는데도 이상하리만큼 평온한 마을의 분위기다. 실종과 살인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다. (혹은 그마저 사라졌거나.) '그것'의 조소처럼 그저 모른 척 자신을 피해간 공포를 다행으로 생각하고 여생을 조용히 살아가기로 한 건지 답답해진다. 어른들의 방임과 무관심은 폭력을 키우는데 일조한다. 영화에서도, 사회에서도. 

 

다행히도 용감한 '루저 클럽'은 평생 트라우마로 자리잡을 뻔한 공포를 스스로의 힘으로 물리친다. 그리고약속한다. 커서도 마을에 같은 일이 생긴다면 힘을 모아 맞서기로. (동시에 그렇게 2편을 기약한다.) 


익숙치 않은 공포의 실재와 폭력은 신선했지만 아쉬움이 여럿 남는다. 마음 속 깊은 공포를 설명하기에는 얕은 이야기가 너무 여럿으로 분산된다. 풋사랑까지 다뤘어야 했나 싶다. 설명되다 만 마을의 과거, 맥락없이 등장했다 맥 없이 사라지는 페니와이즈, 트라우마와 공포의 대상에 침범하는 페니와이즈가 빌의 엄마 얼굴에 오버랩 되는 장면 등 영화에 심어둔 장치와 소재가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다. 


공포 영화보다는 공포를 매개로 한 성장 영화에 가까운 <그것>의 후속편은 내년 봄 촬영 예정이다. 성인이 된 아이들은 어떤 공포를 마주하게 될까? 또다른 성장 영화일지, 심리 스릴러일지, 1편의 변주일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한층 성장한, 농밀한 영화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별점을 주자면: 7.5/10 (스토리:7, 비주얼:7,연출:7, 연기: 8)

- 본문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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