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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으는 빤쮸 Dec 28. 2015

소식

#잡문집

그 새벽에 눈을 뜬 것은 울릴리 없는 현관 초인종 소리 때문이었다. 사실 눈을 뜬건지도 확실하지 않다. 꿈이었나? 

그도 그럴 것이 꽤 오래 전에 고장난 채로 지금까지 방치되어 있던 그 초인종이 울렸던 것은 ‘한 때 저 초인종도 쌩쌩하게 울릴 때가 있었지.’ 하며 아련한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어울릴 아주 머나먼 옛날 이야기니까. 

그런데 그 초인종이 울린 것이다. 꿈인지 생시인지는 중요치 않을 정도로 그의 의식이 그걸 민감하게 감지했고, 순식간에 ‘저 초인종이 울렸다.’ 라고 뇌리에 새겨져버리기까지 한 것이다. 이쯤 되면 이제 그 다음이 매우 궁금해지는 상황이 된다. 저 현관문 건너편에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 초인종이 울리기까지 한거지?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 다음은 어떠한 소식이 전해질 것이고, 그 소식은 보통 매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는 그런 종류의 소식은 아닐거라고, 눈을 감고 누운 채 새벽 어둠에 포근히 싸여 있는 그는 확신했다.


소식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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