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동안 혼자 한자리에서 시간을 잘 보내는 나를 발견한 순간
캐나다 토론토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꼭 해보고 싶었던 건 버스를 타고 뉴욕에 가는 것이었다. 알아보니 11시간 넘게 걸린다고 해서 돈을 조금 더 주고 비행기를 탈까 고민했지만 3가지 이유로 버스를 선택했다. 첫째, 한국에서는 지리적, 사회적인 이유로 육로를 통해 다른 나라로 건너가는 경험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둘째, 교통비를 아끼고 숙박비나 공연 관람비에 더 지출하고 싶었다. 저렴한 숙박시설도 있지만 이왕 여행하는 거 안전하고 깨끗한 곳에 머물자라는 주의라서 숙소 선정에 더 힘을 썼다. 마지막으로 셋째, 버스가 알아서 뉴욕의 시내 한복판에 내려주기 때문에 공항에서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끌렸다. 인터넷에서 버스를 예약한 뒤 예약증을 프린트해서 가져가면 되는데, 여행 일자보다 미리 예약할수록 저렴하다.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토론토 던다스 역에서 내려서 코치 터미널로 갔다. 버스에서 1박을 할 요량으로 밤 11시 59분 차로 예약했다. 일찍 가면 좋은 자리를 차지할 거란 생각에 1시간 정도 빨리 갔지만 이미 와있는 사람이 꽤 많았다. 가져간 예약증과 여권을 보여주고 탑승했다.
밤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거의 만석이었다. 그래서 명당자리로 알려진 '앞 계단 쪽에 위치한 다리 뻗는 자리', '전망도 좋고 자리도 넓은 2층 맨 앞자리'는 차지하지 못했지만 내가 앉은자리도 나름 꽤 괜찮았다. 어떤 글을 보니 1층 테이블석도 명당이라고 하던데 화장실이 있어서 악취가 날 수도 있다는 글을 읽고 그건 선택에서 제외했다. 이날 같이 탄 사람들 중에 한국인은 없어 보였고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타서 여러 가지 언어가 들렸다.
한참 자던 중 버팔로에 잠시 정차해서 입국심사를 하고 다시 올라가서 자다가 맥도날드에 내려줘서 아침을 먹었다. 뉴욕으로 갈 때는 휴식을 위해 두 번 정차했는데 뉴욕에서 토론토로 갈 때는 중간에 한 번 쉬었다. 토론토와 뉴욕 사이에 들르는 버팔로라는 지역에 가는 사람도 있었다. 주로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기 위해 그곳에서 내린다고 한다.
이 아래부터는 뉴욕에서 여행을 마친 뒤 토론토로 돌아가는 버스에 타고 찍은 사진들이다.
아침 일찍 버스에 타서인지 사람이 별로 없어 2층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것도 혼자 두 자리를 차지했다. 바로 뒤에는 계단이 있어서 마음껏 의자를 젖혀도 되고 내 시야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으니 거의 버스를 하나 전세 낸 기분이었다.
약 6박 7일간의 여행을 뒤로하고 뉴욕을 벗어나며 아쉬운 마음이 참 컸다. 꼭 와보고 싶던 곳이기도 했고 여행하는 내내 너무 즐거웠기 때문이다. 좋은 기억이 많아서 다음에 또 가고 싶다.
약 13시간 걸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중이다. 뉴욕으로 갈 때는 밤이라 잠만 잤는데 토론토에 갈 때는 낮시간이라 마음껏 음악도 듣고, 풍경 감상도 하고, 생각도 했다.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아서 시원한 마음마저 들었다. 혼자 분위기와 음악에 심취해 있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여행을 한 지는 꽤 되었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올려봐야겠다.
버스를 타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궁금한 점들이 너무 많았다. 다양한 곳에 좋은 정보들이 많지만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여기에 들르신 분도 있을 것 같아 몇 가지 적어두려고 합니다. ^^
Q. 토론토-뉴욕 간의 버스는 어디서 예약하나요?
A. 제가 현재 알고 있는 버스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메가버스, 또 다른 하나는 그레이하운드인데 메가버스는 http://us.megabus.com/에서, 그레이하운드는 http://www.greyhound.ca/ 에서 예매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메가버스가 그레이하운드보다 나중에 생겼기 때문에 더 깔끔하다고 합니다.
Q. 버스를 타고 갈 때도 ESTA 신청(비자면제 프로그램)을 해야 하나요?
A. 아니요. ESTA는 육로로 이용해서 국경을 건널 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반면 미국으로 항공편을 이용해 갈 경우에는 잠깐 들러 환승을 한다고 해도 ESTA를 미리 신청해야 합니다.
Q. 버스를 탈 때 필요한 것이 뭔가요?
A. 버스를 타기 전 보여줄 예약 내역과 여권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가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 마실 물과 약간의 음식이 있으면 좋고, 그에 더하여 목베개가 있으면 최고입니다. 저는 혹시나 멀미를 하지 않을까 싶어 미리 'Gravinol'이라는 멀미약도 준비했는데 다행히 쓸 일은 없었습니다.
Q. 메가버스에 짐은 얼마나 실을 수 있나요?
A. 캐리어는 버스 트렁크에 한 개 실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드는 가방 두 개를 가지고 탔기 때문에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Q. 토론토-뉴욕까지 메가버스로 얼마나 걸리나요?
A. 11시간에서 13시간 걸립니다. 그러나 입국심사 시 문제가 되는 분이 버스에 있을 경우, 그 사람에 대한 절차가 다 완료될 때까지 기다렸다 출발하기 때문에 지연이 됩니다.
Q. 메가버스에서 어느 자리가 좋은가요?
A. 2층 맨 앞(전망이 좋습니다), 2층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자리(다리를 뻗을 수 있습니다), 1층 테이블석(이 자리는 저도 확인하지 못했는데 다리를 뻗을 수 있다고 합니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 1층에는 화장실에서 나는 냄새가 퍼질 수 있다고 합니다.
Q. 메가버스의 화장실은 쓸만한가요?
A. 저는 이것도 은근히 걱정이었습니다 ^^; 경험한 결과 그냥저냥 쓸만합니다. 흔들리는 버스를 감안해서 옆에 엄청 큰 손잡이도 붙어있습니다. 근데 손은 씻을 수 없고 그냥 세정제로 처리하셔야 합니다. (저는 이게 찝찝해서 최대한 가지 않았지만요)
Q. 메가버스에 와이파이가 잡힌다던데, 잘 되나요?
A. 잘 안됩니다. 그냥 와이파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뉴욕에 도착 후 메가버스에서 내리는 곳과 뉴욕에서 출발할 때 버스를 타는 정류장이 다릅니다. 꼭 확인하시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