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만 내 눈에는 가까웠던 그녀
미국에 가면 반드시 봐야 할 것 같은 자유의 여신상을 어떻게 구경할까 하며 블로그를 탐방하다가 무료 페리를 발견했다. 맨해튼 섬에서 스테이튼 섬까지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운행하는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자유의 여신상을 지나치게 되는데, 그때 멀리서 구경하는 방법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유료로 타면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예약 후에는 자유의 여신상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꼭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서 무료 페리를 선택했다. 뉴욕에 도착하고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페리를 타러 Whitehall 지하철역으로 갔다.
배를 타러 나가는 문이다. 도착했을 때 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어서 모두들 눈썹이 휘날리게 뛰느라 엄청 북적였다. 급할 것이 없던 나도 본능적으로 뛰었으나 세이프하지 못하고 다음 페리 시간까지 기다렸다. 그래도 꽤 배차간격이 좁아서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드디어 배를 타고 서서히 출발하며 마음이 무척이나 설레었다. 누군가는 통근하며 매일 보는 풍경일 텐데 처음 뉴욕에 도착하고 구경하는 허드슨강이라 신기하기만 했다.
비록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충분히 잘 감상할 수 있다. 포인트는 정면이 보일 때 빨리 사진 찍기다. 물론 페리가 천천히 운행하기 때문에 정면을 못 보고 지나칠리는 없다. 이후에 갔던 뉴욕의 관광지 곳곳에서도 이 자유의 여신상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스테이튼 섬에 도착하면 볼 수 있는 표지판. 섬에 내릴 필요 없이 어떻게 다시 바로 배를 타고 돌아가야 하나 싶었는데, 이런 내 우려를 완전히 잠재워준 아주 쉬운 안내판이었다. '다시 배를 탈 사람이나, 차를 탈 사람이나, 놀 사람이나 모두 다 이쪽으로 가시오'. 그래서 표지판을 따라가서 간단하게 맨해튼으로 돌아가는 페리를 탔다.
돌아가는 페리 안에서도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다. 배 안에서 만난 어떤 중국인 여자도 혼자 여행을 왔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소한 것들에 설레 하는 것이 나와 비슷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사진을 보면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서 참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행 내내 사진기에 매달리고 싶지는 않다. 언제 다시 볼지도 모르는 풍경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만 보는 건 참 아쉬운 일이다. 카메라를 잠시 내려두고 멍하니 낯선 풍경을 바라본 순간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