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일회용품
단상이 짧은 생각(短想)이 아니라 끊어진 생각(斷想)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출산 전, 나는 일회용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자 노력했다.
최근 1년 간 음식을 배달 시켜먹어본 적이 손에 꼽고, 카페에는 텀블러를 들고 갔으며,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올 때는 가능하면 락앤락 등의 용기를 가져가서 담아왔다. 물티슈는 마지막으로 사용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목표는 단순했다.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나 하나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꾸준히 실천해왔다.
그러다, 내가 지난 몇 년간 사용한 일회용품의 총량을 단 몇 달 만에 훌쩍 초월해버린 한 인간을 낳았다.
출산 후 지금까지 사용하였거나 앞으로도 사용할 일회용품 중, 당장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보아도 아래 정도다.
- 빨대 (제왕절개 수술 후 배를 움직일 수 없을 때 사용함)
- 바디티슈, 마이비데 (제왕절개 수술 후 샤워를 할 수 없을 때 사용함)
- 종이컵
- 수유패드
- 생리대, 팬티라이너 및 안심팬티
- 지퍼백
- 일회용 행주
- 일회용 장갑 (젖병을 분리하여 세척 후 UV소독기에 넣기 전 다시 조립할 때 사용함)
- 일회용 비닐봉투 (응아 기저귀 냄새 차단용)
- 기저귀 쓰레기통 봉투
- 먼지청소포, 물걸레청소포
- 많은 양의 아기 물티슈
- 그보다 더 많은 양의 기저귀
- 임신, 출산 축하선물의 포장 박스와 그 박스를 담은 택배 박스
아이를 가지기로 결정하면서 각오한 부분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종류와 양의 일회용품을 소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기 돌봄을 도와주시는 시터 이모님이나 양가 부모님께 일회용품을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내가 전적으로 돌보는 평일 6시 이후와 주말만이라도 아래와 같이 노력해보고 있다.
- 건티슈, 물티슈는 최대한 세탁해서 쓸 수 있는 가제손수건, 천기저귀 등으로 대체하기 (ex. 아기가 응아를 하면 최초 처치만 물티슈로 하고 엉덩이는 물로 씻어주기)
- 기저귀는 선 끝까지 색깔이 변한 후 바꿔주기 (아기가 쉬나 응아를 하면 기저귀에 있는 선이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한다)
- 청소기와 물걸레 로봇청소기를 사용해서 일회용 먼지청소포와 물걸레 청소포 사용 줄이기
- 기저귀는 박스 단위보다는 당분간 필요한 수량만 구비해두기
일회용품 외에도, 아기방 온도와 습도를 맞추기 위하여 쉼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등 아기를 낳기 전에 비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훨씬 많이 미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에 자주 마음이 무겁다. 이러한 영향을 예상했으면서도 낳기로 결심한 내게 책임이 있고, 이미 아기가 세상에 나온 이상 그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