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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개미 May 11. 2021

아메리카노 한 잔 값 내고 두 잔 마신 썰

나를 감시하는  하나의 나는 사라진지 오래다. 다같이 있는 자리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는지 검열하느라  상황에 있는  같지도 않게 느껴지는 일을 이제 걱정하지 않는다. 더이상 ‘여기에 있자 목표로 삼을 필요가 없다.


그때의 버릇인지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데도 모두가 나를 쳐다보는  같아 꼼짝 못할 때가 있다. 한번 의식하면  다음부턴 무시할래도 그럴 수가 없다.


저번 주말에는 카페에 가서 사장님에게 따뜻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했다. 직원분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자리로 가져다 주셨다.


이거  시켰는데.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하는  이상한가,  하는  이상한가. 아무래도   하는   이상한  같은데. 그러나 고민하다 이미 말할 타이밍을 놓친  같다. 이미 그는 ‘맛있게 드세요하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이제 말하려면 저걸 들고 저기까지 걸어가서 제가 주문한  이게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적극성을 띄어야 하는데...


생각 끝에   하는   음흉한 걸로 판단하고도( 음흉한  너무 싫다)   하기로 결정했다. 조용히 마시고 있는데 사장님이 와서 아까 따뜻한  시키지 않으셨어요? 했다.


,  여기 내가 주문한  제대로  나왔다는  아는 사람이  말고  있는 걸까.


-다시 드릴게요

- 이미 마셔서 

-그럼 이것도 드세요 새로 가져다 드릴게요.

-()

-제가 아메리카노라고만 하고 제대로 말을  했어요

-(찮은데)

-(이미 사라짐)


그래서 먹게   잔의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사장님은 따뜻한 잔을 가져다 주면서 다시 말을 걸기 시작하는데...


-커피가 달죠?

-? (그래요?  모르겠는데)

-달고나 같이  맛이 나는데

-? (그래요?  모르겠는데 어떻게 하면)

-스푼으로 저어드세요. 바디감이  가라앉거든요

-(저으며) 아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먹어볼게요)

-(바라봄)

-(한모금 마심) ~ (정말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달죠? 저어드세요~

- (감사합니다 이렇게 커피를  잔이나 주시고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시다니. 집에서도 이렇게 먹어볼게요. 어쩐지 항상 커피  마시고 나면 밑에 뭐가 가라앉아있더라니...)

-(이미 사라짐)


각자의 행동과 내가 하고 싶던 말을 괄호 안에 넣어보았다. 사장님이 내게 말하는  싫지도 않았고 내게 대답할 기회가 없을만큼 말을 빨리한 것도 아닌데 저랬다. 카페 안의 모든 손님이  대화를 지켜보는 것만 같았고 사장님이 이런 나를 간파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는  안다. 누가 지켜보는 앞에서 주책 떨고 싶지 않았던 (나는 음흉한  만큼이나 주책떠는 나를 싫어한다) 주책을 피하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끔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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