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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Flight Jun 24. 2020

# 승무원과 '내일 배움 카드'

- 코로나가 준 선물 (?)



코로나로 요즘 비행을 쉬고 있다. 처음에는 쉬는 것이 참 좋았는데 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일주일 정도 지나니 좀이 쑤시고 한 달이 지나니 무기력해진다. 앞으로 세 달을 더 쉬어야 하는데 이렇게만 지낼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 때 '내일 배움 카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카드는 실업자가 구직을 할 수 있도록 훈련비를 지원하는 카드다. 카드 발급 조건과 지원 금액은 실직자 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코로나 사태로 휴직을 하고 있는 항공사 직원들은 평소라면 절대 받지 못할 이 카드 혜택을 코로나 덕분(?)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단, 올해 9월 15일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선택한 과정은 세 가지. 첫째는 디자인 편집 과정이다. 두 달 동안 포토샵/일러스트/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운다. 집에서 학원까지는 1시간 20분이 걸리고, 버스를 한번 갈아타야 한다. 왕복으로 거의 3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아침 9시 20분의 첫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집에서 늦어도 6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지 말고 그냥 하기로 했다. 돌이켜 보면 긴가 민가 한 마음이 들 때 일을 저지르고 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 나오긴 했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해도 상관없었다. 실패 경험도 인생을 풍부하게 해주는 추억, 단단하게 해주는 굵은 마디가 되었다. 


디자인 편집 과정을 배우고 나면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내 책을 내가 직접 편집해 보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다. 


두 번째 과정은 유튜브 편집 프로그램 과정이다. 이 과정은 토요일 주말에만 8시간씩 8번 진행된다. 주중에는 디자인 편집 과정을, 토요일에는 유튜브 과정을 수강하는, 듣기만 해도 힘든 게 느껴지는 일정이다. 


위의 두 과정을 마치고 난 후 마지막으로 '한국어 강사 양성'과정을 등록할 생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에 대한 인기와 수요가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한국어 책을 펼치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승객을 가끔 마주친다. 그들에게 잠깐이나마 한국어를 가르쳐 준다면 어떨까? 


앞으로 나는 세 달을 더 쉬어야 한다. 코로나가 선사한 내 인생 최대의 휴가 선물(?)이다. 숨만 쉬면서 세 달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다시 오지 않을 내 인생의 최장 휴가를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의욕만 앞서 이것저것 도전해본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하다'라고 하더라도 우선 시도해 보자. 시도해 보지 않으면 결과를 알 수 없다. 세 달 뒤 나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나도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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