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항공 747-400 마지막 비행
노기장님들은 747을 늘 ‘짬보’라 불렀다.
점보라는 멋진 이름보다 왠지 더 정겨웠고
마치 오래된 친구 같았다.
그날 비행은 타이베이.
며칠 뒤 은퇴 예정인 아시아나의 마지막 747-400.
정확히는 PAX 버전, 승객을 태우는 기체 중
아시아나가 가진 마지막 점보였다.
승무원들 사이에선 이미 소문이 자자했다.
아시아나가 가신 수십대의 항공기중 (여객기 기준)
747로서는 단 한대 남아있기에 몇 달 혹은 몇 년 만에
747을 타는 승무원이 수두룩 했다.
“이야... 아직도 있었구나! 747!”
“너도 늙어서 고생이다.. ”
우리는 저마다 마지막남은 HL7428기에
감정을 이입했다.
매니저님은
“여러분, 오늘 타는 747 기종은 가끔 타니
어색하실 거예요. 점검을 위해 사전에 공부를
좀 해두셔야 해요. “ 라며 브리핑을 마쳤다.
나는 비즈니스
클래스 섹션 브리핑에서
(매니저의 총 브리핑 후
각 클래스별로 탑시니어의 주관하에
짧게 브리핑하는 것을
섹션브리핑이라 한다.)
후배들에게
“오늘 승객들이 기내에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요청이 많이 들어올 거예요.
문의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사진은 찍어도 되지만 다른 승객이나
승무원의 얼굴은 나오지 않게
찍어달라고 말해주세요. “
라고 당부했다.
아니나 다를까
비행 내내 다른 클래스에서 퍼스트 클래스의
좌석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했고
일부러 이 비행기를 타려고 타이베이에 볼일도 없는데
여행을 간다 라는 분도 계셨다.
타이베이에 내려 승객들이 하기하자
현지 공항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사진 찍어도 되나요?”
“이 비행기가 진짜 그 마지막 747 맞죠?”
현지 직원들은 설레는 얼굴을 하고
기내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달랐다.
슬프기도 했고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던중 기장님은 우리에게
“이제 우리도 만날 수가 없겠네요. “
라며 장난스럽게 슬픈 작별인사를 했다.
(기장님들과 정비사님들은 기종별로 근무를
하기 때문에 B747과의 작별은 747 기장님들,
747 정비사님들과의 작별이나 다름없었다.)
울컥. 눈물이 눈을 가득 채웠다.
다행이었다.
흐르지 않아 덜 창피했다.
우리는 타이베이 공항에서의 그라운드 타임에
그 퍼스트 클래스에서
기장님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모두가 마지막을 마음에 담으려 애썼다.
익숙했던 어퍼덱 계단,
많이도 걸었던 널찍한 복도,
드르르륵하던 이륙 소리,
쿵.. 묵직한 랜딩 소리와 함께
스르륵 밀려 빼꼼히 열리던 화장실의 문..
짬보야, 정말 고마웠어.
오래된 동료였고,
함께 수많은 이륙과 착륙을 견뎠던 비행기.
오랫동안 정말 고생했다.
쉴 틈 없던 비행일정에
자주 아팠던 747과 비행하며
우리의 청춘과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 날 비행을 마치고
우리는 평소와 다르게
뭉그적 거리며 내렸다.
천천히, 마지막 발걸음을 뗐다.
안녕.
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