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멘토 괜찮나요?
우리 회사엔 신입 승무원에게 멘토를 붙여주는 시스템이 있다.
비행마다 짝지처럼 함께 다니며
기내 일, 회사 문화, 생존 팁(?)까지 알려주는 선배.
그게 바로 ‘멘토’다.
나에게도 그런 멘토가 있었다.
다만, 조금 특이했다.
보통은 시니어 선배가 멘토로 지정되는데
우리 그룹장님은 내 바로 윗기수 선배를 멘토로 정해주셨다.
“막내 일을 잘 알려면, 같은 막내였던 사람이 제일 잘 알지.”
그런 취지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녀에게 업무를 배우지 못했다.
다른 동기들은
‘어떻게 하면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지’
‘사무장님 스타일은 어떤지’
‘기내에서 센스 있게 움직이는 팁’ 같은 걸
하나하나 멘토에게 전수받고 있었는데,
나는 그런 걸 얻어내질 못했다.
회사에 대한 정보도, 평가 팁도,
주니어 때 꼭 알아야 할 그 모든 실전 요령을
그녀와 같이 터득해야했다. 동기인가? ㅋㅋ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불안하거나 억울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와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행 후 호텔에서
밤새 마주하고 수다를 떨었고,
같이 청두에서 마사지 받으먀 키득키득 댔고
홍콩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마닐라에서 밤새 술잔을 마주하며 배를 부여잡고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
심지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우리 또 보자~”는 말이
그냥 인사치레가 아닌 진짜 약속이 되었다.
술도 마시고, 여행도 가고,
이야기 끝에 늘
“그래도 난 네가 멘토라 좋았다.”
라고 웃었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 둘 다 아이 엄마가 되었다.
이제는
“요즘 애들 왜 이렇게 안 자냐~?” 하며
육아 얘기를 나누고,
SNS에서 본 웃긴 짤을 공유하고,
둘만 아는 옛날 그룹장님 흉도 보면서
술잔을 기울인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완벽한 멘토는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웃게 해준 사람이었다.
사무장님 스타일은 안 알려줬지만,
기내에서 눈치 보며 위축됐던 나에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툭툭 어깨를 두드려준 사람.
그녀는
일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버티게 해준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사회에서
“멘토”라고 하면
능력 있고, 똑부러지고,
가르침을 주는 사람으로만 여겨진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멘토가 필요한 건 아니다.
가끔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보다,
그냥 옆에 앉아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바보 같은 실수를 했을 때
“그럴 수 있어”라며 웃고,
오늘은 소주 마시자! 라고 하는.
내가 실수하고 자책하고 있을때
“그건 나도 해봤어~” 하며
와인 한 잔 따라주는 사람.
그녀는
매뉴얼보다 더 중요한 걸 가르쳐줬다.
사람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멘토가 될 수 있다는 것.
나는 그걸,
그녀를 통해 배웠다.
고맙다 누들아.
우리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