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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희 Nov 15. 2022

시가 필요하고 또 필요하지 않기도 해

문학과지성사 '시보다 2022'


슬플 때, 참담할 때, 현실이 연상되는 글을 쓰기도 읽기도 싫을 때, 까닭없이 눈물이 차오를 때, 고통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표현하고 싶을 때 왜 시를 찾게 되는가에 대하여. 생각하는 요즘이다. 주변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참사에 대해 무언가 표현하는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력감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리하여 사람들은 시를 찾지만  현실의 참혹함 앞에서 글자는 눈앞에서 허물어 내리고 시조차도 다 무슨 의미인가 싶을 때, 시집을 닫으며 마지막 문장을 어루만진다. ‘저는 이것을 시로 쓸 수 없었습니다, 라고 시가 써질 때 이해가 넘쳐흐르고 있다 당신과 내 인생 바깥으로’(조용우, 어려운 시)


문학과지성사가 해마다 젊은 시인들의 시를 묶어 내는 <시 보다> 시리즈의 2022년 출간작에는 신이인, 임유영, 안태원, 임지은, 윤은성, 조용우, 윤혜지 7명 시인의 시가 실렸다. 이 시들은 2021년 문지문학상 시 부문의 후보작들이었고 <시 보다 2022>에는 기존 발표작 4편과 함께 신작 시 2편, 시인들의 산문이 수록되었다.


 젊은 시인들의 최근작을 읽으며 이들이 보는 현재의 세상을 더불어 본다. 시인의 눈에 세계는, 지금은, 한국은 밤을 헤매듯 가혹하고 조금은 다정하고 얼마쯤은 서글프다. 연약한 마음을 가진 내가 그보다  약한 사람들과 어깨를 기대고 함께 걷고, 술을 마시고 외로움을 나눈다. 어떤 여름은 뜨겁게 타버리고, 겨울은 고양이 발자국으로 기억된다.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까/최선을 다해 밝기를 올리고/뜨겁다면 그냥 타버려도 /눈부시다면 눈이 멀어도 상관없지’(외로운 조지-Summer Lover, 신이인)


시를 읽을 때 감정이 구체화되는 것을 느낀다. 망가져 가는 세상에서, 이건 그냥 치료받아야 할 나쁜 우울인가 생각되다가도 시를 읽을 때면 그런 슬픔의 언어가 시인에게, 우리에게 남아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 실린 윤은성 시인의 산문 ‘환대를 기억해두려는 마음’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고통을 공유하는 공동체. 공동체란 말을 여기에 이렇게 써봐도 되겠지요. 저는 고통을 함께 나누는 감수성에 고민하는 시간이, 사실 부정적인 사안들로부터 출발한 것이기에 역설적인 것임에도, 참 좋습니다. 네, 저는 일상에서 시를 읽기 위해, 고통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중략) 그리고 당분간, 계속 애통해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체감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살아가며 살아가게 하는

살아가게 하면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응원할 수 있다고

그러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구에 최대한 해를 덜 끼치려고 노력하면서

조금이라도 쓰임과 효용이 되고 싶었는데

<안태운, 생물종 다양성 낭독용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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