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인잡'의 심채경 천문학자의 에세이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유니버스, 코스모스, 스페이스는 모두 우리말로 ‘우주’라고 번역된다. 무엇이 서로 다른가. 각 단어를 어디에서 들어보았는가?” ‘우주의 이해’라는 교양강좌 수업 첫 시간에, 교수님이 낸 퀴즈다. 수업 진도를 나가기 애매한 첫 시간에 천문학이 낯선 타 과 학생들에게 교수는 퀴즈를 냈다.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쓰려니 아리송하다. “왜 우리는 OO를 안드로메다로 보낸다고 하는가.”
이 퀴즈의 답은 또 무엇일까. 예제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의 천문학자 심채경이 강의 시간에 낸 퀴즈이고, 그 정답과 학생들이 제출한 기발한 답변은 책에 수록되어 있다. 뉴턴에게 영감을 받았다거나 어릴 때부터 원대한 꿈을 품고 천문학자의 길을 걷게 된 건 아니라고 그는 소개한다. 천문학자는 어떤 에세이를 쓸까. 학계의 어려운 용어가 아닌 심채경의 언어로 천문학자이자 비정규직 행성과학자이고, 박사이자 강사이기도 한 일상을 별들이 궤도 운동한다.
심채경 박사가 출연 중인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에서 ‘명왕성이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이 아닌 소행성으로 분류된 것’을 두고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김영하 작가와 BTS RM이 명왕성이 어엿한 행성이 아닌 소행성134340으로 불리는 것을 섭섭해하자, 지극히 이과생인 천문학자 심채경은 이렇게 설명한다. “명왕성은 사람들이 자기를 뭐라고 부르든 서운해하지 않을 거예요.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는 것은 대단히 슬프거나 비극적인 일이 아니라는 거지요.”
이것은 과학자의 냉철한 분석이 아니라 자신을 무엇이라 부르든 그 본질이 바뀌는 게 아니라는, 천문학자의 위로이다. 단기간에 효용이 없거나 자본이 되지 않는 것을 무쓸모로 재단하는 세상에서 “남들이 보기엔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을 동경하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과 자연,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13쪽). 이 책에는 그러한 별의 위로와 생을 다해 몰두해온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아로새겨져 있다.
책속에서
132쪽
“유독 밤새 빈틈없이 관측한 날은 파킹하는 그 순간이 가슴 끝까지 뿌듯하다. 너무 졸려서 미각이 거의 마비된 상태로 밥을 국에 말아 후루룩 한 그릇 비우고는, 관측자 숙소의 암막 커튼이 주는 그 따뜻한 어둠 속에서 죽음처럼 잠들고 싶은, 관측하기 딱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