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되어보기

다가오는 말들, 은유 지음

by 김송희

'이런 것도 글이 될 수 있을까' 에세이를 쓰거나 혹은 써보려 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고민이다. 이를테면 마트 앞에서 호떡을 사먹으며 아저씨에게 '붕어빵은 안 파세요?'라고 물었을 때 아저씨로부터 '에휴, 반죽하면 어깨 나가요.'라고 답하고는 이어 요즘은 붕어빵도 다 프랜차이즈라 떼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단 답을 듣는다. 누구나의 하루에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대화. 여기에서 작가 은유는 타인의 노동을 상상하고, 글로 옮긴다. 그러니까 일상의 관찰자가 되어 거기에 사려깊은 상상력을 덧붙이면 무엇이든 글이 될 수 있다. 주의깊게 듣고, 사소하게 묻고, 집중해서 듣고, 상대를 상상하지 않으면 우리는 '당사자'가 되어볼 수 없다. 그리고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섣불리 남에 대해 판단하고 평가하고 말을 덧붙여서는 안 된다. 그런 사려깊은 고민과 상상력들이 <다가오는 말들>에는 담겨 있다. 그렇다고 생활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의 말들을 섣불리 자신의 글 소재로 채취하는 것은 아니다. 성마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고민을 하다 보면 타인의 '아름답거나 아릿하거나 날카롭거나 뭉근한' 말들이 와서 쌓이는 것이다. 책을 읽거나,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학생들의 글을 읽고, 강연에서 만난 사람의 질문을 듣고, 은유는 고민에 빠진다. 딸이자, 엄마이자, 사회의 일원으로 사는 여성으로서 겪었던 일들을 강연에서 말하다 "남자들도 사는 게 힘든데, 너무 남자를 미워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조차 고민한다. "내가 오늘 남성을 혐오하는 발언을 조금이라도 했나.",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여성의 삶에 대해 말했을 뿐인데도 상대 남성은 모든 남성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처럼 들었고 굳이 강연자리에서 손들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많은 경우 우리는 상대가 되어보지도 않고 나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일면만 겪어보고 전부를 경험했다고 섣불리 판단한다. 김현의 <걱정 말고 다녀와>를 읽은 은유는 '남의 입장이 되어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고 쓴다. 김현의 책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들에 대해 쓴 책이다. 혐오와 차별의 마음이 들때마다 남의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고 말하는 켄 로치의 영화를 본 김현의 글을 읽은 은유는 또 다른 되어보기에 대해 쓴다. 은유의 글을 읽은 내가 지금 또 이런 글을 쓰는 것처럼. 공감이란 이렇게 무엇이든 쓰고 싶게 만든다. 켄 로치가 김현에게, 김현이 은유에게, 은유가 나에게로 글의 파장이 점점 넓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이렇듯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우리는 서로의 세계를 흡수하며 변하고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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