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 기다려지는 클럽, 포스트 바

브랜드 디자이너가 보는 브랜드의 매력포인트 (4)

by ㅂㅇㄴ


전자 음악, 좋아하시는지?* 다양한 음악 장르에 익숙한 편은 아니며, 그중에서도 특히 전자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지만, 오늘은 자연스레 시선을 끈 한 전자 음악 클럽을 소개해보려 한다. 무심코 지나치던 장르를 들여다보게 만든 이 클럽의 매력은 무엇일까?


image.png (출처: https://ra.co/news/80748)



핀란드 헬싱키에서 힙한 동네로 손꼽히는 칼리오(Kallio) 지역에 위치한 ‘포스트 바(Post Bar)’. 이곳은 테크노와 언더그라운드 전자 음악을 중심으로 한 클럽으로, 2018년 오픈 이후 영향력 있는 전자 음악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이어지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전자 음악 덕후(!)들을 위한 진짜배기 공간답게 실험적인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데, 그만큼 뚜렷한 태도와 강한 색깔을 지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출처: https://joannalaajisto.com/project/post-bar/)


자신만의 색이 분명한 브랜드답게, 이를 비주얼로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당당하고 힙한 태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먼저 인테리어는 모던함 위에 인더스트리얼한 러프함을 더해 ‘힙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브랜드를 상징하는 심볼과 그래픽 역시 독특하고 실험적인 무드를 강하게 풍긴다.


스크린샷 2026-01-18 오전 12.20.31.png (포스트 바의 심볼과 워드마크)


전자 기장처럼 보이는 라인으로 P를 형상화한 로고, 개성이 분명한 산세리프 워드마크는 전자 음악이라는 정체성과 언더그라운드 특유의 마이너한 감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웹사이트도 가로 스크롤 중심의 독특한 인터랙션과 구조를 통해 브랜드의 색을 명확히 각인시킨다. 더 인상적인 점은 웹사이트에 사용된 모든 폰트가 일반적인 타입페이스가 아닌, 포스트 바만을 위해 개발된 자체 서체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이들은 자신들을 표현하는 고유한 언어를 이미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스크린샷 2026-01-18 오전 12.26.05.png (포스트 바의 웹사이트)


https://postbar.fi/



이처럼 비주얼을 통해 스스로를 강하게 드러내는 이유 때문일까. 포스트 바는 단순한 음악 클럽이라기보다 하나의 아트 플랫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이 지향하는 바가 아티스틱한 문화임을 보여주는 단서가 있는데, 바로 ‘먼슬리 포스터(Monthly Poster)’다. 비주얼 아티스트와 협업해 매달 단 30장만 제작되는 이 아트 포스터는 처음에는 클럽 홍보를 위해 시작되었지만, 반응이 좋아지며 현재는 소장 가치가 높은 아트피스로 자리 잡았다. 잘 팔리는 에디션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 따로 구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웹사이트의 ‘ART’ 섹션에서는 이달의 비주얼 아티스트를 소개하며, 자연스럽게 아티스트에 대한 홍보까지 이어지는 셈.


(출처: https://shop.postbar.fi/collections/all?page=1)


포스터는 동일한 포맷(오른쪽의 세로형 워드마크와 월month 표시, 하단의 공연 스케줄)을 유지하면서도, 매달 다채로운 아트웍으로 채워진다. 이 일관된 구조는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동시에, 다음 달의 비주얼을 기다리게 하는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디자인을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 치밀함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힘으로 이어지고, 나처럼 전자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마저 이 클럽을 주목하게 만든다.


image.png (출처: https://shop.postbar.fi/collections/posters/products/august-2020?variant=38020507140269)



포스트 바는 이외에도 많은 굿즈도 만들면서 독보적인 힙함을 전달하고 있는데, 이것은 웹사이트에서 재미있게 살펴보시길..

https://shop.postbar.fi/collections/clothes



브랜드가 스스로를 확장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핀란드의 포스트 바를 보며 눈치 보지 않는 태도와 청각·시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감각적 접근으로 브랜드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음을 보게 된다.


(*하루키 에세이에 많이 나오는 문장인데 뜬금없이 질문하기에 좋은 듯하여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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