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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Aug 24. 2017

달토끼



달 속에서 토끼가 사라졌습니다


어느밤 부터인가

계수나무도 방아도 없는

공허한 달의 밤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거미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구 하나는 열한개쯤 복제되어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이슬 방울들 같아 보입니다


CERN이 2012년 7월 4일에 실행한 실험으로

우주의 한켠 태양계에서는 물방울 하나가

옆으로 자리를 옮겨

다른 물방울과 합쳐졌습니다


고양이의 목숨이 아홉개이듯이

지구의 목숨은 열한개 이상인 듯합니다

이제 열한개의 물방울들이

동시에 자고 동시에 눈을 뜹니다


아참, 달 속에 살던 토끼를 추적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파트 1층의 경관과

15층의 전망이 서로 다르듯이

아마 달토끼가 사라진 것은

지구가 물방울을 갈아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위 이론의 검증은

어느날 밤 달 속에

하트 무늬가 생겼다든지의

여부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요




* CERN의 2012년 7월 4일 실험 : 입자 가속기

충돌실험으로 질량입자인 힉스입자의 존재를 증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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