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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길벗 길But Aug 29. 2017

만하晩夏, 우雨



늦여름 밤을 내리는 비는

유난히 차갑습니다

지하철을 내려선 사람들이

선착장 같은 횡단보도에서

녹색의 안전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는

밤바다처럼 깊어

속을 알 수 없 반짝입니다


늦여름 밤의 비를 맞은 나뭇잎들은

유난히 검습니다

하늘을 향해 검은 구멍이 뚫린

색깔을 하고

철썩 얼굴에라도 붙는다면

인상적인 우울함이 한동안

계속될 것 같은

반짝이는 검은 봉지 같습니다


이 글을 당신께 어떻게 쓸까하던

막막한 마음처럼

유난히 검은 밤입니다

예전 오래된 편지 속

아무리 읽어도 이해할 수 없었던

당신이 나에게 보냈던 어둠 같은 밤입니다

비 내리는 아파트 단지가

 끈 검은 잎들을 붙인 나무같이 반짝입니다




* 음력 7월 7일에는 꼭 비가 온다


https://youtu.be/8VrETewE5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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