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밤을 내리는 비는
유난히 차갑습니다
지하철을 내려선 사람들이
선착장 같은 횡단보도에서
녹색의 안전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는
밤바다처럼 깊어
속을 알 수 없게 반짝입니다
늦여름 밤의 비를 맞은 나뭇잎들은
유난히 검습니다
하늘을 향해 검은 구멍이 뚫린
색깔을 하고
철썩 얼굴에라도 붙는다면
인상적인 우울함이 한동안
계속될 것 같은
반짝이는 검은 봉지 같습니다
이 글을 당신께 어떻게 쓸까하던
막막한 마음처럼
유난히 검은 밤입니다
예전 오래된 편지 속
아무리 읽어도 이해할 수 없었던
당신이 나에게 보냈던 어둠 같은 밤입니다
비 내리는 아파트 단지가
불 끈 검은 잎들을 붙인 나무같이 반짝입니다
* 음력 7월 7일에는 꼭 비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