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구리 / 길But
일을 할 때면
다시 아기라도 된 것처럼
숨 쉬는 탯줄 하나 달랑 끌고
엄마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저승처럼 고요한 작업장에서
저속 재생 비디오처럼
일을 해 번 돈으로
소란한 세상을 살아가는
머구리들은
새벽시장의 인력처럼
우리들 삶의 균열인
작은 틈새를 산다
차가운 바닷속을
혼자서
낮게 낮게 해매다가
갑자기
다른 머구리라도 만난다면
유일한 숨줄인
탯줄이 꼬일까봐
서둘러 반대 방향으로
도망친다
그래야 살 수 있는
그들은
* 머구리 : 바다물속에 들어가서 고기를 잡거나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들, 다이버나 잠수부를 일컫는 옛말
실제 제주에서는 잠수를 전문으로 물질하는 남자를 ‘머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머구리는 일본어 もぐる,
우리말로 읽으면 모구루, ‘잠수하다’라는 뜻의 동사에서 변형된 단어로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