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가 다녀갔나요?

전생에 복을 쌓았나 봅니다.

by 최율



첫째와 둘째의 나이차는 4살. 만 2세와 6세이니 노는 방법도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천지차이다. 주말에 나들이라도 할라치면 아직 아무 생각 없는 둘째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첫째는 그래도 불만이 많다.


엄마, 아빠는 둘째만 사랑해,
할머니 할아버지도 둘째만 사랑해


첫째의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아직 작은 아기인 둘째에게 눈이 쏠리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둘째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기 바쁘다.


게다가 수줍음 많고 낯을 많이 가리는 첫째와 달리 둘째는 거침이 없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느라 바쁘고, 심지어 두 눈을 찡긋하며 양쪽 윙크를 시전한다. 자기에게 관심이 없어 보일라 치면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살짝 들이밀어 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마뒤로 숨는 애교 고단수다


둘째를 안고 첫째를 따라 수영장을 갔을 때다. 수영장 가를 따라가고 있는데,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는 게 아닌가. 한참을 두리번거렸는데, 알고 보니 엄마품에 안긴 둘째가 수영장 주변에 자리 잡은 사람들을 보며 힘차게 손을 흔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엄마품에 안겨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 그 분!이 된것 같았다. 그 뒤로 우리 둘째의 애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조그마한 아기가 모든 이들에게 활짝 웃으며 손을 마음껏 흔들어대니 안 예쁠 수가 없었을 터.


어머 인형 같네, 아이고 이뻐라, 까궁.

둘째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내 마음은 초초하다. 첫째의 안색을 살피면서 “우리 언니도 너무 이쁘지!!”라며 과하게 첫째를 칭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만 사 년 동안 독차지 하던 사랑을 나눠가지기에, 여섯 살은 아직 너무 어릴 뿐이다.


결국 저녁에 몇 시간씩 아이를 돌봐줄 선생님을 찾았다. 또래보다 빨랐던 첫째가 둘째와 맞춰서 노는 건, 그저 동생을 위해 그리고 힘들 엄마를 위해 놀아주는 것이지, 자기를 위한 기쁨은 아니었을 터.


감히 세계 최강 전천후라 말하고 싶은 우리 선생님은 때에 따라 첫째를 맡기도, 둘째를 맡기도 해주신다. 최근 들어 둘째를 맡기고 첫째와 운동까지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한 지는 며칠 안되었지만 맘 편히 운동이라니!!!! 아 운동이 힘들어도 꿀맛이다.


첫째와 운동을 다녀왔던 어느 날. 아이들 하원 후 세상 난리가 났던 거실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아니 제 마음에 들어왔다 가셨나요?

마치 우렁각시가 다녀간 듯 말끔히 정리된 거실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행복했다. 매일 어질러진 집을 치우고도 싶고, 쉬고도 싶은 나는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하루에도 몇십 번씩 ‘아. 저걸 치워야 하는데..’를 반복했다. 당연히 아이들 하원 후에 집이 더 난장판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전생에 큰 복을 쌓아야 하는 것이라는데. 전생에 나쁜 짓만 하고 살지는 않았나 보다. 그럼 다음생을 위해 현생도 착하게 살아야 하나. 우선 전생의 나에게 감사인사부터 해야겠다.


< 사진 출처: pixab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