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다이어트 중입니다
흔한 유지어터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7년간 몸무게 변화는 없었지만, 이건 나의 다이어트 이야기다.
첫째를 낳고 7년여간 나의 몸무게에는 변화가 없다. 몇 킬로의 등락은 있었지만, 이를 오차범위라고 여긴다면, 몸무게는 언제나 다시 원점 그대로다. 물론 그 사이 둘째의 임신과 출산이 있었으나 역시 체중 조절의 노력(?) 덕에 몸무게 변화는 없었다
첫째를 임신하고 임신 십 주 만에 하혈을 했다. 직장인 여성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임신 중 하혈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당시 내 주변 지인들의 경우 하혈은 사건 축에도 끼지 못할 만큼 흔했다. 심지어 몇 차례의 유산도 적지 않은 사례였다. 고등학교 친구인 베프는 세 차례의 유산 끝에 아토피를 얻어 온몸이 붉게 물들기도 했었다. 그래서 나도 임신 중 하혈쯤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임신 십 주 차. 피가 보였다. 하혈 후 서둘러 찾은 병원에서는 일주일간 안정을 취하라는 처방을 내려주었다. 직장인 임산부에게 일주일간의 안정이라니. "알겠습니다" 하고 돌아서는 내게 의사 선생님께서는 “혹시 회사에 출근하시려는 건 아니시죠?”라며 질문을 던지셨다. 만에 하나의 마음으로 질문하신 거였을 텐데, 나는 너무도 당연하게 “네 출근해야죠”라고 답했으니 의사 선생님의 당황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시 나는 팀 내 막내로, 나에게 주어진 업무가 과중한 건 아니었으나 온 팀이 9시가 되어서야 저녁을 먹을 만큼 팀 전체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루의 연차마저 쉽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신입인 주제에 일주일이나 연가를 쓴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나의 당당한 태도에 놀랐는지, 당시 담당의는 내게 몇만 원이나 하는 소견서를 무료로 써줄 테니 절대 출근은 안된다며 강하게 말렸다. “침대에서 절대 안정을 취하세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일주일의 휴가를 뭐라고 말씀드리나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드린 전화였으나, 하혈을 해서 연차를 써야겠다고 말하는 나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갔고, 결국은 나도 모르게 눈물범벅을 하며 울먹이고야 말았다. 몇 번을 혼내더라도 언제나 말갛게 웃으며 다음날 밝게 출근하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했던 상사는 당시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진심으로 하혈 따위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다. 내 옆의 직원도, 앞 팀의 직원도 선배 직원이라면 대부분은 겪었을 하혈이었다. 그러나 내 이야기가 되면 달라지는 것일까. 연차 이야기를 하며 나도 모르게 울먹이다 눈물 바람이 났다.
절대 안정을 요하는 시기였던 그 일주일간 나는 몇 킬로의 살을 얻었고 그 이후에도 조산위험으로 일찍 휴직을 하면서 총 십오 킬로여의 살을 얻었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면 힘들어서 살이 쭉쭉 빠진다는데, 애를 재우고 밤늦게서야 겨우 먹는 한 끼에 혼자서 이삼 인분을 시켜 해치우곤 했으니 살이 빠질 턱이 있나. 조금 남을라치면 늦게 들어온 남편이 처리해 주는 바람에, 우리는 첫째가 지금도 놀리는 뚱뚱보 부부가 돼버리고 말았다. 둘째의 임신과 출산 때는 주의를 해서 몸무게의 큰 변화는 없었지만, 쉽게 잘 붓는 체질인 탓에 몸은 더욱 불어났다
20,30대의 나는 다이어트 고민이라고는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날씬하고 이뻐서가 아니라, 그저 통통하게 태어났으니 통통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성격 탓에 통통은 했을지언정 뚱뚱하지는 않았기에 그럭저럭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 없이 살아갈만했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를 반복하며 살이 찌고 나서는, 몇십 년을 함께해 온 몸무게를 훌쩍 넘은 탓인지 종종 균형을 찾지 못하고 넘어지기 일쑤였고, 한해 걸러 한해 무릎이며 발가락이 부러져 의사 선생님조차 다이어트를 권하시기에 이르렀다.
첫째를 낳고 주변의 친구와 지인들이 살을 빼라는 잔소리를 했지만, 혹여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하면 힘들게 뺀 살들이 아까울 거 같아 어영부영 그동안의 살들과 함께 지내왔다. 이제 둘째까지 낳았으니 다이어트 좀 해볼라 했는데. 어라. 이게 쉽지 않다.
우선, 시간이 없다. 24시간 아이들과 붙어살아야 하는 육아의 특성상 아침이건 저녁이건 그 어느 때도 시간을 낼 수 없었다. 특히 잠들어서도 수시로 깨는 우리 아이들의 경우 다시 토닥여주지 않으면 울며불며 난리가 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잠잘 때도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했다. 유일한 대안은 남편이 대신 봐주는 것인데, 시도 때도 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 남편의 업무 스케줄 상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대안은 금요일 저녁 9시부터 딱 한 시간. 이마저도 수시로 늦는 남편의 야근으로 취소된 경우도 왕왕 있었지만, 그래도 대체로 안정적인 시간 확보가 어디냐 싶었다.
다음은 식단. 아이들 챙기랴 흘린 거 치우랴,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면 하루 한 끼 챙겨 먹기도 힘든데, 하물며 다이어트 식단이라니. 게다가 ‘닭고야’라는 닭가슴살 고구마 야채를 챙겨 먹으면, 허기는 올라오고 기운은 없어서 애들에게 짜증을 내고 잠자리에서 반성하기 일쑤였다.
아. 다이어트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들어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서 내게 오전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얏호. 그동안 매일 아이들과 뒹굴고 놀지언정,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천천히 걷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뛰기도 한다. 장족의 발전이다. 그래. 이제 몸무게 감소만 남았다. 7년간 몸무게 변화는 없었지만, 꾸준한 다이어터로서 정체성 좀 확보해야겠다.
<자주 먹지는 못했지만, 노력의 흔적인 그동안의 다이어트 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