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 인디고 (Mood Indigo, 2013)

사랑스럽게 시작해 흑백으로 끝나는, 이건 어른들의 동화야

by 단단단아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포스터에 앉아 있는 로망 뒤리스와 오드리 토투를 보고는 '여유가 생기면 꼭 봐야지' 생각했다. 내가 아는 것보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았고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크게 하는 일 없이 보내버린 일상의 끝에서 소파에, 침대에, 거실 바닥에 누워 있는데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CHEEZE 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무드 인디고'.
뮤직비디오를 보며 색감이 참 예쁘다 생각했고, 사랑스러운 영화일 거라 상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sLUz7ArmGI

CHEEZE - Mood Indigo


그리고 정말이었다. 영화는 사랑스럽게 출발했다.
음악을 깊이 알지 못해 제목과 부른 사람의 이름을 동시에 아는 경우는 손에 꼽히는데,
평소 좋아라 하는 듀크 엘링턴의 Take the A Train이 영화 도입부에 흘러나와 신이 났다.
주인공들은 말랑말랑 몸이 움직였고, 통통 튀어다녔다. 화면을 보는 나도 덩달아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클로에는 이름도 클로에였다. 이름마저 사랑스러웠다.
듀크 엘링턴의 'Chloe'에 맞추어 춤을 추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위해 초반부를 달려왔나 생각했다.

그리고 둘이 서로 눈을 마주하기 시작한 첫 데이트 장면은 가장 동화같았다.
구름을 타고 날아오르고 새들의 깃털이 흩날리는 오래된 기찻길.
툭탁툭탁 공사장 소리도, 조금은 흐린 날씨도 상관없이.
그 장면에서 클로에가 콜랭의 이름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참 듣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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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점점 색이 바래졌지만 나는 그마저 좋았다.
결혼식은 갑자기 물 속이 되어 보글보글 숨 쉬는 것이 보이고
여행 중 식탁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장마가, 한쪽은 이보다 눈부실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좋고
클로에는 꽃을 삼켜버린다. 그리고 꽃과 하나가 되어버린다.
그 동안 비비드에서 파스텔로, 모노톤으로, 마침내 흑백으로 영화는 흘러간다.
이건 어른들의 동화야, 말해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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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보편적인 콜랭과 사랑스러운 클로에의 이야기 같다.
그리고 나는 왜인지 콜랭의 시선으로 이 영화를 보았다.
온통 회색빛이 된 화면 속 지친 콜랭의 눈빛이 너무 많은 걸 담고 있는 것 같아 무거웠다.
눈빛이 무겁다니 멋있는 배우다.

영화를 보고 안 것인데, 이 제목도 듀크 엘링턴의 앨범명이자 곡명이었다.
무슨 이유에서건 나는 참 좋았다. 좋아하는 노래가 흐르고, 색감은 처음부터 끝까지 맘에 들었고, 좋아하는 배우들이 서로 눈을 맞췄다. 이런 영화라니, 미셸 공드리 감독이 참 고맙다 :)


https://www.youtube.com/watch?v=_sgSze29Mtw

Duke Ellington - Chloe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나서도 매리와 의사 역할이 마음에 남았었다.


이번에도 시크와 알리즈의 장면, 장면이 떠오른다. 미셸 공드리 영화는 주인공 옆에 서있는 사람들 때문에 한 번 더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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