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호소인

“너는 참 운이 좋은 것 같아.“

by 리유

안 좋은 기억이나 경험을 잘 잊어버리는 편이다.

유튜버 ‘빠니보틀‘의 영상을 좋아하는데, 그중 노홍철, 곽튜브, 빠니보틀이 함께 여행했던 편은 꼭 챙겨봤다.

여행하는 노홍철의 태도를 본받고 싶어서다.

어린 시절부터 티비에서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내 기억 속엔 그저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는 여행 내내 곽튜브와 빠니보틀의 불평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힘든 여행지에선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하게 상황이 힘들어져도 ‘럭키가이’라며 오히려 좋다고 포장하는 그의 마인드가 참 멋져보였다.

그러자 정말 그는 운이 좋아보였다. 그냥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노홍철에게 “운이 어떻게 이렇게 좋아요?” “형처럼 하는 일마다 잘 되는 법을 알려주세요!”라고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고 한다.

그의 대답은 “될 때까지 했어.”였다.


알고 보니 그는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2022년을 물들였던 그 말 “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그러나 이후에 박명수가 “중꺾그마”, “중요한 것은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라고 바꿔서 이 말을 확산시켰다.

알다시피 박명수의 어록은 현대인들의 공감을 많이 받는다.


나는 “중꺾마“ 였을까, ”중꺾그마” 였을까?

어찌 여러 번의 실패에 마음이 꺾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여러 번 꺾이자 일어나는 게 아무렇지 않아 졌을 때, 비로소 내가 “중꺾마”의 마인드를 가지고 결국 이뤄냈다고 생각했다.


승무원에 합격하고 주변에서

“정말 축하해.”

“될 줄 알았어.”

“결국은 승무원이 되는구나.”


“준비 어떻게 했어?”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운이 좋아서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가만 보면 너는 진짜 운이 좋은 것 같아!”

결국은 하고 싶은 걸 어떻게든 해내는 애라고 평가하면서.


이 말이 싫진 않다.

실제로 기억도 안 난다. 스스로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좋지 않은 기억을 빨리 잊어버리니까.

그동안의 실패와 내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경험을 수도 없이 했으면서.


21살부터 봤으니까 승무원 면접만 한 20번 떨어졌을까?

과연 그 이상이겠지.

이제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

특히나 2023년에는 대한항공 최종면접, 티웨이 임원면접에 연속으로 떨어졌었다.

최종에서만 두 번 떨어지는 경험을 해봤다.


대한항공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날은 내 취준 인생 중 슬픔이 가장 오래갔었다.

처음으로 면접 결과받고 눈물이 났다.

그래도 이틀 만에 회복했다. 왜냐 나는 안 좋은 기억은 노력해서 잊어버리니까.


그러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이 능력은 그 감정을 회피하려는 노력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매번 실패했던 건 잊고 성공한 것만 기억하며,

스스로를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속여온 것이다.



슬픔에 잠기기 싫어 잊으려고 노력했던 지난날들이 가엽다.

결국은 나 자신까지 속이는 꼴이라니.

​‘호소인’이라는 말 많이 쓰던데, 내가 운이 좋은 ‘운 호소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