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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Nov 26. 2021

제주생활백서

내 자리를 찾는 과정 : 6년 차 임차인 이야기 (제주시)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한 빠른 삶의 변화는 주거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사는 곳(Living)이 사는 것(Buying)이 되어버린 요즘, 평생 임차인으로 살다 갈지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입도 6년 차 제주의 반 바퀴를 돌며 임차인으로 살아온 나의 거주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지나온 길에서 내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 정리해 보는 일들이 앞으로 내 삶이 선명해지는 길이 되길 바라며, 나의 개인적이고 사소한 경험이 누군가에게 참고가 되어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 두고 살고 싶은 곳에 살고자 하는 그 마음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15년 5월 중순쯤 시작된 나의 제주생활 첫 거주지 게스트하우스였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안의 방에 2층 침대를 여러 개 두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곳이었고 나는 무급스텝으로 게스트와 함께 방을 사용하며 숙식제공을 받고 2주 정도 머물렀다. 당시 게하의 입구에 동백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덕분에 제주에서 4~6월, 7~9월 동백충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았다.

 서귀포 화순 바다와 가깝지만 바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 주택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마을의 입구에 위치한 집으로 멀리 산방산이 보이고 걸어서 5분이면 화순 금모래 해변, 교통체증 없이 차로 40분이면 제주시에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시골에서 인프라를 따져보자면 하나로마트가 얼마나 가까운지, 병원이 존재하는 여부일 것 같다. 내가 머물 당시 차로 15분 거리의 오일장과 하나로마트를 주로 이용했고, 모든 진료가 가능한 의원이 있었다. 근래에는 영어교육도시와 신화역사공원이 들어서서 대정과 안덕에서의 생활이 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

거주비용도 인프라와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이 지역은 영어교육도시에 가까울수록 비용이 높아진다.  주변에 송악산, 곶자왈 등 산책할 곳이 많고 올레길 10코스를 따라 드라이브하기도 좋다. 화순항부터 모슬포까지 크고 작은 예쁘고 한적한 해변들을 만날 수 있다. 훌륭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가게들과 맛집도 많이 생겼고, 특히 이 지역에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동네를 꼽으라 한다면 사계 바다와 산방산 사이 매력이 넘치는 사계리를 꼽겠다.

최근 자녀교육으로 대정, 안덕 지역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아져서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인 것 같다. 내가 머문 동안 날씨가 좋은 날보단 우중충한 날이 더 많음에 의아했다. 훗날 그분(영어교육도시 3년 거주)의 집을 왔다 갔다 하며 이 생각은 확고해졌다.


잠시 머무는 여행자로 왔으나 어쩌다 밥벌이를 하며 진짜 제주살이가 시작된 곳!

 제주시 노형동은 제주의 강남이라 불릴 만큼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어 생활이 편리한 도시의 느낌이다. 노형의 대장 아파트 중흥 S클래스 근처의 빌라에서 1년간 머물렀는데, 기숙사로 회사에서 제공된 곳이었고, 방 세 개를 3명이서 나눠 쓰고 거실과 부엌, 욕실을 함께 사용했다. 지내는 대부분 제주시의 날씨는 참 맑았다. 이곳에서 직장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됐는데, 평화로를 이용해서 큰 불편 없이 지냈다. 현재는 노형로터리부터 공항, 삼양동 까지 정체구간과 교통체증이 심하다. 제주시에 가기 싫은 이유 중 하나가 될 만큼... 이호테우 해변과 차로 5분 거리, 애월과도 가까워 자주 산책과 드라이브를 다녔다. 제주시에서 거주비용이 높은 동네이지만 인구 밀도가 높아 그만큼 선택지와 가격도 다양하다.


기숙사가 제공되던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다. 워라밸을 추구하며 프리터족이 되어 보고자했다. 9개월 일하고 겨울철 3개월은 따뜻한 동남아에서 살던 2년여의 시간 내가 머물었던 곳은 제주시의 화북동건입동이다. 제주시는 주차난이 심각한 곳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주거지와 편의시설이 가깝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했다.

 

 화북동에서 살 때 화북포구가 있는 바다 앞의 구옥 안거리를 단기로 월 20만 원 정도 8개월(짐 보관 3개월 포함) 임차하여 머물렀는데 주인분이 리모델링을 하기 전에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은 집이라 거실과 주방 시설이 불편했다. 거의 잠만 자는 수준이었고, 옛날 새시는 태풍이 왔을 때 두려움과 공포를 안겨줬다. 제주는 기본적으로 여름에 많이 습하지만 이곳은 바다 앞이라서 항상 습했다. 집 문(새시 철문)과 당시에 타던 중고 승용차 문이 녹슬어 방청제를 항상 지니고 다녔을 정도로 바다 앞에서 사는 것은 낡음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바다 뷰를 가진 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 집 앞 사라봉과 화북포구를 산책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던 백수생활과 가끔 크루즈가 화북포구에서 머물렀는데 집안에서 그 불빛이 보여 운치 있고 좋았다.   


 건입동 집은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근처 좁은 골목의 안쪽 옛 주거지에 위치했는데 집들이 붙어있는 환경이어서 주차가 힘들었고 세면대가 없는 화장실이 조금 불편했다. 1층은 주인집이고, 2층을 2가구로 나누어 임대하는 다세대 주택이어서 당시 보증금 200에 연세(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내는 것) 350 정도로 투룸 치고는 제주에서 저렴한 연세였다. 제주시에서 집값이 저렴한 곳은 옛 주거지의 형태가 많은 동네인 용담과 화북, 건입동이라고 생각된다. 동문시장과 제주항이 가까워서 산책을 많이 갔고 근처 인제에 맛집이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나는 제주에서 동쪽 바다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김녕의 하얀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제일 좋다. 행원~종달까지 한적하고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많고 해변 드라이브 하기도 너무 좋다. 동쪽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제주스러운 시골 느낌을 가진 곳이라고 생각된다. 그만큼 또래의 젊은 사람들이 마을에 드물고 병원이나 대형마트를 가려면 제주시로 나가야 해서 불편한 점들도 많다.

 

건입동에서 머물다 동남아에서 4개월 정도를 보내느라 짐을 지인이 사는 행원의 게스트하우스에 맡겼는데 돌아와서도 집을 구하기 전까지 두 달 정도를 머물렀다. 행원 마을은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계셔서 조용하고 차로 5분이면 월정 바다와 가까워 서핑도 많이 즐겼다. 고요함과 한적함이 혼자 머문다면, 고립감과 외로움으로 다가 올 수도 있다고 느꼈다. 요즘은 소셜 모임이나 오픈 채팅방이 많아서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세화에서 일을 구하고 근처 동네에 괜찮은 집을 기다렸는데 우연히 구좌읍 종달리 마을 안의 리모델링된 구옥(바깥채 투룸)이 연세 200만 원으로 저렴하게 나와서 바로 계약했다. 리모델링되어서 깨끗하고 좋았지만 집들로 둘러싸여서 인지 무척 습하고 제습기를 돌려도 곰팡이가 많이 생겨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종달리에서 출발하는 배차간격 긴 바다를 달리는 출근길 버스가 참 좋았고, 친구들과 종달리의 작은 해변에 앉아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던 대화, 한 달에 한번 유일한 문화생활 종달스토리(게스트하우스)에서의 공연 관람, 지미봉의 벅차오름.. 나에게 추억이 참 많은 곳이다. 평범해 보이는 마을이지만 들여다보면 아기자기한 옛날 집을 둘러싼 돌담이 제주를 느끼게 한다. 돌담 사이로 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작고 예쁜 가게들을 만날 수 있고, 집들이 단층으로 대부분 낮아서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서 그런지 이 모든 게 어우러져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넘친다.

++ 성산 : 1년 정도 밥벌이로 성산으로 출근 했었는데 종달리의 집에서 출발할땐 분명 맑은날 이었는데, 성산으로 가면 날씨가 마치 런던같은 우울한 날로 변하고 특히, 태풍이 오면 바람의 강도가 진짜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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