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오빠 결혼식 축사 (2023. 8. 26. 토)
안녕하세요. 저는 신랑 류 HS 군의 지인들로부터 종종 ‘머리 긴 류 HS’이라 불리곤 하는 친동생 류 HR입니다. 저희 남매가 좀 많이 닮았지요? 유감스럽게도 부모님의 좋은 유전자를 다 제가 물려받는 바람에 자세히 보시면 제가 조금 더 예쁩니다.(웃음) 축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하객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소중한 날에 저를 믿고 축사를 맡겨준 두 사람에게는 사랑의 하트를 드려요. (양팔로 하트 그리거나 손하트)
오빠는 류 씨 가문의 영광이자 저의 유일한 호적 메이트입니다. 축사를 준비하면서 저희 남매의 추억들을 떠올려봤어요. 웃기고 재미있는 일화들도 참 많은데 유독 사진처럼 또렷한 기억이 하나 떠오르더군요. 몇 년 전 어느 날, 아침부터 오빠가 제 방문을 벌컥 열더니 놀이공원에 가자고 외쳤어요. 그날은 그 해 가장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사에도 났을 정도로 몹시 더운 날이었는데 말이에요. 저희 둘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지칠 줄 모르고 놀이기구를 탔어요. 티 익스프레스도 여러 번 탔고, 후룸라이드에서 만세를 하며 사진도 찍혔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좀처럼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던 저에게는 그날 하루가 큰 위로가 됐었어요. 덕분에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었죠. 그렇게 늘 든든히 내 곁을 지켜줘서 고맙고, 내가 다칠 때마다 돌고래처럼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 떨어줘서 고맙고, 엽떡이랑 참치회랑 소고기 많이 사줘서 고마워 오빠.
JY 언니, 언니의 흰 피부에 웨딩드레스가 잘 어울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상상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워요. 우리 오빠가 참 복이 많은 남자네요.(웃음) 오빠는 생긴 거랑은 다르게 섬세함이란 반전 매력을 가진 사람이지만 정작 본인의 아픔에는 둔하죠. 저는 언니가 늘 오빠의 그런 면을 누구보다도 먼저 알아봐 주고 보듬어주고 있다는 걸 알아요. 언니의 따듯한 목소리에서 늘 손에 잡힐 듯 생생한 배려와 애정을 느끼곤 했거든요. 말과 행동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일이 하프마라톤 완주만큼이나 어려운 저는 늘 언니의 다정함을 부러워하고 존경하면서도 내심 깊이 안도했어요. 오빠가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사람을 만나서 참 다행이야, 하고 말이에요. 언니에게 사랑받으며 나날이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오빠를 지켜보며 큰 감동을 받았기에 부부가 된 두 사람의 앞날이 더욱 기대가 돼요.
오빠, 오빠가 언젠가 나한테 그랬지. 오빠는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훗날 본인이 했던 선택들이 결국 옳았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산다고. 오빠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너무 멋있어서 놀랐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현재의 오빠가 곧 그 말에 대한 증명인 것 같아. ‘멋진 말은 누가 못 해? 실천을 해야지!’하고 한편으론 콧방귀를 뀌었었는데, 말로 뱉기 이전에 오빠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말을 실천해오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 거참 누구 오빠인지 좀 많이 멋지네? 브라보! 멋지다 류 HS!(더글로리 송혜교 성대모사) 더 멋있어질 미래의 류 HS을 위해서 부디 술 담배 줄이고, 신혼집에서는 밥 해 먹으며 자극적인 것만 찾는 고약한 식습관도 고쳐봐. 백종원도 울고 갈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가까운 미래에 요섹남으로 거듭나길 기대할게. 끝으로 오빠, 내가 많이 사랑해.
이상으로 류 HS, 홍 JY 두 사람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며 축사를 마칩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