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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나 May 14. 2023

[산티아고 5] 의문의 직업을 가진 2명과 먹은 피자

#나의 첫 번째 까미노 이야기

프랑스 파리에서 바욘으로 가는 16시간의 야간 버스를 탔다. 눈을 뜨니, 바욘이었고 다행히 기차가 있어 제시간에 첫 출발지인 생장(Saint Jean Pied Porte)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순례자 사무소를 들어가니 한국인을 보이는 두 분이 계셨다. 앞선 소매치기 사건으로 의기소침하고 실의에 빠져있다 보니 한국 순례자가 반가웠다.


'안녕하세요, 한국분이신가요?'

해외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꼭 하게 되는 말. 솔직히 한국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 하지만 이 멘트는 기본이다. 중년의 남성 두 분은 자신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밝히고 내일 걷게 될 죽음의 피레네 산맥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피레네 산맥.... 아름다운 전경으로 유명하지만 순례자에게는 고통이 따르는 산맥. 하지만 3월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인해 피레네 산맥 코스는 걷지 못하여 다른 대체 길을 걷게 되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3월에 피레네를 걷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고, 헬기동원도 힘들고 무엇보다 스페인순례자 사무소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사실 걸을까 걸을까했지만 엄연히 순례자 사무소의 안내를 위반하고 싶지도 않아 생각을 거두었다.


그리고 안내에 따라 55번 알베르게로 향한다.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니 어느덧 저녁시간이었다. 소매치기도 당하고 밥을 먹을 기력도 없던 찰나에 중년의 남성 두 분 중 한 분이 말을 걸었다.


'로사나 님 같이 저녁 식사하시죠. 돌아다니면서 봐둔 피자가게가 있어요.'

'피자요..? 음 네 좋아요.'


한 분은 이목구비가 엄청 뚜렷하시고 한 분은 인자한 상이셨다. 약간 이말년과 주호민 스타일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인상이었지만 서로에게 편-안 해 보였다.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지 궁금했지만 피자를 먹는 동안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저는 대학생이고 휴학을 하고 왔어요. 두 분은 어떤 일로 오셨나요?'

'차차 나중에 시간 될 때 알게 될 거예요.'


여유 있는 미소를 날리고 남은 피자를 각자 1개씩 먹자고 권했다. 궁금하기는 했지만, 나도 딱히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나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이해됐다. 그렇게 피자를 다 먹고 다시 55번 알베르게로 향했다.

피자를 먹으며

잠자기 전, 부엌에서 첫날 일기를 쓰는데 모르는 이탈리아 남자가 와서 커피를 마시자고 권한다. 일기를 써야 한다고 하니 자기가 커피를 가져다주겠다고 한다. 일기를 방해한 이탈리아 남자는 정말 커피를 테이블 위에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정말 이탈리아남자는 스스럼이 없구나...' 대충 일기를 끝마치고 첫 알베르게에서 스르륵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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