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포카치아바타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음 한켠에 작은 자부심이 피어났습니다.
이 순간이 오래도록 이어질 것만 같았으니까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가만히 있었는데
꽃은 어느새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자취마저 희미해진 그 잎의 흔적만,
아직도 흙 위에 남아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놓인 채
무기력하게 그 자리에 머물 뿐입니다.
누구도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바람을 기다리고
조용히 빗물을 기다립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 따라 씨앗 하나 내려앉고,
흙은 말없이 품었습니다.
여린 숨결이 피어오르고
잊혔던 자리에
다시, 초록이 깃듭니다.
빈 줄만 알았던 화분은
천천히, 조용히
다시 채워집니다.
기다림의 끝은,
다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