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5일. 오랜만에 KTX광명역에 다녀왔다.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다가다 스쳐지난 걸 포함하더라도 10년은 훌쩍 넘은 것 같다. 역사 주변이 많이 바뀌어 당황스러웠다. 아파트단지도 생기고 쇼핑몰도 들어서고 역사 내부엔 도심공항터미널도 들어왔다. 역관계자에게 문의하니 이미 수년전에 완성된 모습이라 한다.
발전한 광명역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내가 광명역을 자주 찾던 시절엔 정말 한가했었는데….
KTX광명역은 2004년 개통 이후 수년간 이용객이 너무 드물어 골머리를 앓았다. 광명시와 안양시의 경계점에 있는 허허벌판에 지어졌기에 접근이 애매했다. 시설은 좋은데 사람이 안 오니 관계자들은 상당한 속앓이를 했다고 전해진다.
관계자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렇게 파리 날리는 광명역의 모습을 나는 사랑했다. 어머니집에서 얹혀살던 시절, 자주 광명역으로 향했다. 집에서 버스로 20분 정도면 도착했기에 특별히 할 일이 없어도 그냥 갔다. 세련된 역의 모습도 좋았지만,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어서였다.
빠르게 오가는 KTX 구경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글도 쓰다가, 출출해지면 푸드 코너로 이동해 도너츠나 핫도그를 사 먹곤 했다. 광명역 내 식음료 매장은 시내에 있는 점포와 달리 이용객이 극히 적었다. 그러다 보니 개폐업도 빈번했고, 그나마 몇 곳 있지도 않았다.
이제 광명역은 과거의 고즈넉한 여백이 많이 사라졌다. 식당도 여러 개가 들어섰다. 개인적으론 아쉽지만, 방향성은 옳다고 봐야겠지. 기차역은 붐벼야 하니까. 그게 숙명이니까.
나는 역사 내부를 구석구석 훑으며 걸었다. 과거 번쩍번쩍하던 시설에 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좋게 말해 세월의 흔적이 많이 보였다. 하긴 이 역도 벌써 20년이 됐으니.
발길을 돌려 지하로 내려갔다. 앗, 저...저건! 반가운 무언가가 눈에 잡힌다.
스테프핫도그다. 스테프핫도그는 덴마크의 패스트푸드 브랜드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는 한국에서도 꽤나 의욕적으로 매장을 늘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래 들어 체인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광명역에선 아직도 영업 중이었다. 반가웠다. 참으로 오래된 매장이다.
스테프핫도그 콤보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은 6,600원. 몇 분 후 점원이 핫도그와 사이다를 내민다. 자리를 잡고 핫도그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동시에 점포 내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대여 난 기다릴 거예요
내 눈물의 편지 하늘에 닿으면
언젠가 그대 돌아오겠죠 내게로
난 믿을 거예요
눈물 모아....
이게 언제적 노래인가. 오래전 세상을 떠난 가수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다.
추억의 노래를 들으며 추억의 스태프핫도그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기다란 소시지와 그 위에 뿌려진 튀김을 꾸역꾸역 넘기자니 목이 메인다. 사이다 흡입으로 윤기를 주니 쑤욱 넘어간다. 맛있었다. 광명역의 고즈넉함은 사라졌어도, 주변환경은 복잡하게 바뀌었어도, 스테프핫도그의 맛만큼은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