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숏폼 콘텐츠를 만들어 보려고 ‘틱톡’을 쓰는데, 약식으로 나와있는 영상편집기에 비디오의 타임라인과 오디오의 타임라인이 나눠져 있는 게 흥미로웠다. 약식으로 나와 있는 영상편집기는 비디오 타임라인 하나와 오디오 타임라인 하나처럼 편집기가 가장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물론 더 복잡한 영상편집기들은 비디오 타임라인과 오디오의 타임라인이 더 여러 층으로 구분되어 있고 무수한 효과와 기능들이 있었다.
약식으로 편집기를 쓰더라도 소위 비디오와 오디오의 '싱크로율'이 안 맞는다고 하던가, 간혹 비디오의 화면과 오디오의 대사가 안 맞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혹은 배경음악을 골라서 넣었는데 그 배경음악이 화면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어긋나는 경우도 생겼다.
근데, 틱톡을 쓰다 보니, 일부러 결말을 암시하려고, 비디오와 오디오의 시간대를 의도적으로, 그러니까 일부러 다르게 맞추기도 하게 되었다. 비디오에서는 미래에 재생될 화면인데, 그 비디오의 타임라인과 같이 흘러야 할 오디오를 일찍이 틀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설의 작법 같은 것에서 자주 나오는 예로, 소설 초반에 검은 고양이가 나오면 불길한 결말을 암시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아, 그러니까, ‘암시’인 것이다.
간단한 구조의 영상편집기이지만 편집기를 다루는 사람의 손에서 하나의 스토리에 담길 비디오의 타임라인과 오디오의 타임라인이 흘러가는 걸 보다 보니, 거창하게 학창 시절 역사 선생님들이 역사시간에 칠판에 타임라인을 그리면서 역사적 사건을 알려주시던 생각이 난다. 연대기를 그려놓으시고는 이 사건 다음에 이 사건이 생겼고 이 여파로 이 사건이 생겼는데, 동시대에 세계사의 큰 사건으로는 이런 게 있었다고.
사적 견해와는 별개로 역사적 사실은 바꿀 수 없는 거라서 역사에는 ‘IF’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유용하지 않다던 말도 영상편집기에 각각 흘러가는 비디오와 오디오의 시간대와 함께 오버랩된다.
비디오와 오디오가 따로 놀지 않고 싱크로율이 맞는 게 좋지만, 그 드라마가 안타깝게도 새드엔딩을 향해 흘러가고 있을 때, 불쑥 역사시간에 보았던 역사적 연대기가 끼어들면서, 거기에 수많은 ‘IF’를 끼워 넣고 싶어 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엔딩에 흐르는 새드 송을 미리 부르면 참여자의 선택에 따라 시나리오의 전개와 엔딩이 달라지는 게임처럼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새드엔딩 혹은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기 전에, 뭐랄까, 너무 이 사건 혹은 드라마의 전개에 개입하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오디오에 ‘만약에’라는 곡을 한참 플레이하는 것은 아니고, 엔딩 후에 ‘만약에’라는 노래가 나오기 전에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를 계속 플레이하며 세뇌시켜 보는 게 내가 이 드라마에 개입할 수 있는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도 결말에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가 나오게 될까. 그런 건 전문용어로 뭐라고 부를까. 허무한 아름다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