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로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의 인생을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
우리는 언제 꽃집을 찾을까?
꽃집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방문하신다.
쭈뼛쭈뼛 문을 열며 첫 발을 디딜 때부터 흔들리는 눈동자로 어색함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젊은 남자 손님.
아!! 그래서 꽃다발을 주며 "오다 주웠다"라는 말이 생겼구나 할 정도로 꽃을 사고 선물하는 게 몹시 어색해 보인다.
" 꽃집 처음 와봤어요" 빨개진 얼굴로 자그마하게 말하는 모습에 나는 또 의지를 불태운다.
꽃 경험이 처음이라는 그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하고 싶어서.
20대 초반 처음 먹은 순댓국에 너무 실망한 나는 그 후로 10년 가까이 순댓국은 절대 싫다고 했으니까.
처음 경험이 좋아 그 후로도 꽃을 자연스럽게 접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그는 나의 오랜 단골이 되었고 처음 사본다는 고백 꽃다발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생일, 프러포즈까지 내 꽃과 함께했다.
그의 인생, 중요한 순간마다 우린 함께 했고 나는 항상 묵묵히 예쁜 꽃에 그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꽃집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1인 1사연이 있다.
뭘 그리 잘못한 게 많은지 한 달에 한 번은 화난 와이프에게 선물할 꽃을 준비해 달라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담은 꽃만 찾으시던 남자 손님.
자식들 키우느라 나를 위해서는 돈을 써본 적이 없다고, 만원이면 이렇게 행복한데 왜 그동안 이런 것도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일주일에 몇 송이씩 꽃을 사는 게 행복하다고 얘기하시는 중년의 여자 손님.
꽃집을 찾는 손님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건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고백하고 싶은데 말로만 하기엔 뭔가 부족할 때.
일 년 내내 감사한 부모님이지만, 공식적으로 카네이션에 담아 마음을 꺼내서 표현해야 하는 날.
일생에 몇 번 없는 졸업식, 결혼식 등 특별한 기념일을 위한 행사 꽃다발이 필요할 때.
그냥 문득 생각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 작은 선물.
수많은 사연을 들으며 그들의 인생을 아주 가까이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든 마음을 꽃이라는 아름다움에 살짝 숨겨 표현하는 사람들.
오늘도 그들의 사연에 살며시 올라가는 입꼬리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바쁜 손으로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