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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밑줄긋는여자 Oct 31. 2021

울타리 안의 사람을 위한 프리타임

특별한 날은 비워두자

최근 가장 행복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자. 당신이 행복했다고 느낀 순간에 옆에 있었던 사람은 누구인가? 아마 대부분은 당신에게 소중한, 심리적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시간관리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유한한 인간의 삶 속에서 더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가치 있는 일에는 당신이 느끼는 행복이라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내가 시간관리를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가족과 좀 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때문에 프리랜서를 선택한 이후에 특별한 날은 울타리 안의 사람들을 위해 프리타임으로 남겨두었다. 


프리랜서의 좋은 점은 스케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이 만들어 준 계획표 안에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테트리스의 블록을 맞추듯 스스로 조합할 수 있다. 그 특권을 충분히 이용하자. 


나는 아이에게 의미있는 날이나 남편의 건강검진같은 울타리 안의 사람들의 크고 작은 특별한 날에 스케줄을 비워두고 함께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아이의 생일은 온전히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으로 쓰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남편은 아이의 생일에 출근을 했다. 물론 연차를 쓸 수 있지만 그마저도 회사에 중요한 일이 있는 경우에는 마음대로 빼지 못했다. 그러나 프리랜서인 나는 딸의 생일엔 일이 들어와도 거절하고 온전히 비워두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두 번의 생일을 맞는 동안 늘 생일엔 내가 있었고 서툴지만 아이의 생일케익도 직접 만들어 줄 수 있었다. 파는 시판 케익보다 맛이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아이는 행복해했고 그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은 더할 수 없는 기쁨이 되었다. 

이미지 'pixabay'


올해도 아이의 생일날 강의요청이 들어왔다.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요청하신 분께 딸의 생일이라 스케줄을 잡을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올해는 아이의 생일에 맞춰 바다를 보러가기로 했다. 태어나고 막 오감이 발달할 시기에 코로나19상황이 되어서 외부활동을 극히 제한적으로 했다. 딸은 TV에 나오는 해변에서 모래놀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도 해보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이번 생일에는 딸은 생일에 태어나 처음으로 바다에 갈 예정이다. 그것도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함께 말이다. 아이에게는 아주 특별한 추억이 될 거라고 믿는다. 


이미지 'pixabay'

푸드포르노라는 용어가 있다. 음식의 시각적인 부분을 극단적으로 강조해 식욕을 자극시키는 것을 뜻한다. 몇 년 전부터 먹방과 쿡방이 유행처럼 프로그램을 차지하는 비율이 커졌는데 이런 부분이 푸드포르노라고 볼 수 있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봐도 둘에 하나 꼴로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여준다. 단지 먹방과 쿡방이 아니더라도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에서도 식당을 찾아가 맛깔스러운 음식을 보여주고 그걸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차례로 인터뷰한다. 그런데 이렇게 먹방 쿡방이 유행하는 것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 내지는 외로움과 관계가 있다는 실험결과가 있었다. 


미국 MIT대학을 중심으로 캐나다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구, 발표한 내용을 보면 고립된 사람들의 뇌 반응과 음식을 먹지 않은 사람이 음식사진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영역이 같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18세부터 40세의 실험참가자 40명을 대상으로 창문없는 방에 10시간동안 고립시킨 후 이들에게 사람들이 웃으며 어울리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뇌를 촬영했다. 같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10시간을 금식시킨 후 음식사진을 보여주고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두 번의 실험 모두 중뇌에 있는 흑질이라는 영역의 반응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사회적고립이 쿡방, 먹방과 같은 자극적인 푸드 포르노에 집착하게 되는 요소라는 얘기가 된다. 사람들은 외롭기에 그 외로움을 지우기 위해 먹을 것에 집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미지 'pixabay'

생각해보면 가족들과 다같이 모여앉아 함께 밥을 먹을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가족이나 연인보다 일터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인은 대부분 9시부터 6시까지 회사라는 공간 안에서 생활한다. 집에 오면 씻고 밥먹고 자기 바쁘다. 그 마저도 야근을 하거나 다른 일이 있을 때는 저녁 한끼도 같이 먹기 어렵다. 때로는 아이가 자는 모습만을 보며 집으로 돌아와 아이가 깨기 전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함께 있되 심리적으로 충족되지 않는 허기짐이 생기는 것이다. 


현실에 치이고 생존에 쫓겨 바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매일 사랑하는 이들과 밥을 먹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특별한 날에는 통째로 시간을 뺄 수 있는 프리타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사랑하는 이가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는 감정을 갖게 해줄 수 있고 상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은 두 배로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위 글은 미래경제뉴스(http://www.mirae.news/news/curationView.html?idxno=4379)에 먼저 기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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