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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밑줄긋는여자 Aug 01. 2021

번거롭거나 아님 싫어하거나-푸시&풀 전략

시간은 누구에게나 24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잠자는 시간과 씻는 시간, 화장실가는 시간과 밥먹는 시간 등을 빼면 거의 절반밖에 남지 않는다. 그 절반의 시간 속에서 유의미한 일들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중요하지 않거나 내가 하기 싫은 일들은 과감하게 빼버리는 일이 시간관리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pixabay


나는 요리를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요리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요리를 못한다. 게다가 요령도 없다. 한 번 요리를 시작하면 재료손질부터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칼을 무서워해서 아이들이 쓰는 안전칼을 쓰거나 기껏해야 과도밖에 쓰지 않기에 재료를 다듬는 데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니다. 게다가 감이라는 게 없는 생초보라 음식 레시피를 검색해서 하나하나 보면서 요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는 더욱 늦어진다. 반대로 남편은 자취경력 10년이 넘은 베테랑으로 웬만한 요리는 뚝닥뚝닥 만들어낸다. 이런 이유로 남편이 나보다 더 많이 요리를 한다. 많은 시간과 낮은 퀄리티라는 비효율적인 요리의 횟수를 줄인 것이다. 물론 가끔씩은 정성을 다해서 요리를 준비한다. 하지만 그럴 때에도 완전히 처음부터 하기보다는 주로 손질된 것들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요즘엔 밀키트나 반조리식품들도 많기 때문에 약간의 돈으로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시간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과 경력을 더 쌓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항상 고민스러웠다. 초반에는 주중에 일을 하면서도 삼일에 한 번씩은 이유식을 채소부터 고기까지 다 삶고 다져서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문화센터에 데리고 가서 오감체험을 시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전업맘들은 더 아이들을 잘 보살필텐데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아이에게 미안해했다. 일에서도 자꾸만 발전이 없고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했다. 시간관리도 완전히 달라져버렸다. 아이 중심으로 시간사용이 변해버렸기에 기존의 시간관리패턴이 불가능했다. 결국 내 시간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완벽하게 둘 다 잘 해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아이와 일 모두에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그 후로는 다져진 소고기나 야채큐브, 생선 등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들을 이용했다. 유기농제품을 전문으로 파는 온라인쇼핑을 통해 반조리식품이나 아이 반찬 등을 구매하기도 했다.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은 반 이상 줄어들었고 그 시간에 아이와 놀아주거나 일을 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이것들은 직접 재료를 다듬거나 요리를 만드는 것보다는 가격이 비싸다. 이 돈이 아깝다고 느끼는가? 시간과 돈의 가치는 사람마다 매기는 가치가 다르다. 하지만 시간관리를 하려는 사람에게 시간이란 터무니 없는 수준이 아니라면 돈보다 더 가치있다고 평가할 것이다.

사진:pixabay


시간관리 수업에서 진행하는 게임이 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우주탐험을 통해 대체 에너지원을 찾아 돌아오는 게 목표이다. 탐험 중 얻게 된 대체 에너지들은 지구로 돌아왔을 때 돈으로 환산하는데 가장 많은 돈을 번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주어진 시간은 20일이며 그 안에 되돌아오지 못하면 지구로의 귀환은 실패하게 된다. 각 조마다 초기 비용을 동일하게 받고 그 돈으로 탐험에 필요한 물과 식량, 운석충돌을 피할 장비들을 구매한다. 탐험에 도움이 되는 힌트들도 구매할 수 있는데 힌트를 무료로 얻고 싶다면 힌트2개당 하루씩 늦게 출발하면 된다. 총 힌트는 4개이다.

이러한 조건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10팀이라면 8,9팀은 모두 힌트를 공짜로 얻기 위해 이틀 후에 출발한다. 겨우 한 두 팀만이 힌트를 사서 바로 출발을 하는데 힌트 중에는 이런 것이 포함되어 있다. ‘우주탐험에서 돌아온 팀은 생존기한까지 남은 날수X300만원’이라고 말이다. 물론 이 시점에서 1등은 이미 정해진다. 힌트를 돈 주고 먼저 샀던 팀이 이긴다.

이 게임의 목적은 시간이 돈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힌트의 가격은 모두 합해 겨우 6만원 밖에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푼돈을 아끼기 위해 대부분이 이틀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고 무료로 힌트를 받아든다. 눈앞에 보이는 경제성에 끌려 시간의 가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 중에서 싫어하거나 굳이 꼭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닌 것들은 과감하게 밀어내자. 잡다한 일들을 밀어냄으로서 꼭 필요한 시간을 내 쪽으로 끌어당기는 푸시 앤 풀 (Push & Pull)전략을 쓰는 것이다. 


푸시 앤 풀 전략을 위한 질문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일 중 하기 싫거나 번거로운 일은?(대략적 소요시간도 기재)    

시간 여유가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을 가장 원하는 일부터 세 가지 적기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첫 번째 질문에 적은 일들을 최대한 밀어내는 것이다. 신문물을 이용해도 좋고 전문가의 힘을 빌려도 좋고 시판제품으로 대체해도 좋다.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은 대체하자. 그 대신 두 번째 질문에 적은 일을 내 쪽으로 당겨오는 것이다. 시간관리의 핵심은 결국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


*위 글은 미래경제뉴스(http://www.mirae.news )에 먼저 기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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