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 (2024)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은 강지영 작가의 원작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죽은 삼촌이 남긴 위험한 유산 때문에, 킬러들의 표적이 된 지안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는 지안의 집을 포위한 킬러들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위기에 몰린 지안은 강력한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삼촌과의 일화 속에서 생존법을 찾아내는데, 지안이 찾아낸 생존법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생존 지침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생존법은 무엇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삶의 이면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과 진실이 언제나 유쾌하지 않다는 것을 수용하라는 것쯤이 되겠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노련한 킬러인 삼촌 정지만이 사망했다는 설정만 보아도 자본의 논리 앞에서는 노련한 킬러도 무력하게 쓰러진다.
이런 점에서 드라마 <킬러들이 쇼핑몰>은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 자본에 매몰된 한국 사회의 알레고리이다. 드라마는 냉정한 현실의 논리를 보여준다. 지안을 공격한 킬러들이 삼촌 정지만의 동료들이고, 삼촌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지안을 사냥하러 왔다는 설정 자체가 인간의 도리가 사라진 차가운 자본의 논리를 보여준다. 또한 자본의 논리로부터 인간으로서 존립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협하는 적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인간으로서 존엄하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 한다는 역설이 이 드라마를 지배한다.
이 작품에서 총싸움은 우리의 일상을 조여오는 압박과 갈등을 드러내는 은유일 것이고, 지안은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남음으로써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고등학생 지안이 세상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어른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법을 터득하고 이 모든 사건의 결말은 지안의 성인식으로 끝날 것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진실, 다시 말해 한 번 총을 들면 자신과 친구를 살릴 수 있지만 반드시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는 불편한 사실은 무한 경쟁의 시대 우리의 현실적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작품의 감춰진 진실이 무엇인가와 그것을 마주한 지안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폐허의 세계에서 주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은 세 가지이다. 견인주의적 태도, 세계에 대한 냉소, 억압적 세계를 벗어날 저항의 의지이다. 과연 이 드라마의 끝은 무엇일까? 이 드라마를 구성하는 거대한 세계관이라고 한다면 유산을 지키고 이어받는 것이다. 유산이란 버티고 지킬 수 있는 자의 몫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지키지 못하는 자는 죽어도 싸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은 이미 부와 권력이란 어디까지나 세습되는 것임을 전제하고 있다.
사실상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무색한 사회, 더 이상 부와 권력의 이동이 사라진 세습제 사회가 되어버린 한국의 현실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유산을 이어받기 위해 버티거나 혹은 그것을 약탈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와 같은 현실 사회의 맥락을 작품 속에 개입하면 왜 지안이 갑자기 킬러들의 공격을 받아야 하는지, 지안이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즉, 버티거나 살아남거나. 분노는 더 이상 꿈꿀 수 없다는 것,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것, 자기 자신의 운명을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사실로부터 시작한다. 삼촌 정지만이 지안에게 진정으로 남겨준 유산은 세계에 대한 분노 대신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할 기회와 자유를 주었다는 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