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15
사소한 말 한마디, 무심코 던진 한숨
조심스러운 손길에도 기다렸다는 듯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아슬아슬하게 한계를 채우던 분노와
슬픔과 좌절이 한꺼번에 쏟긴다.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린 감정들을
내려보니 낯선 느낌이 든다.
저것들이 정말 내 것이란 말인가.
내 속을 꽉 채우고 있던 답답함이
바로 저것들이었단 말인가.
어떻게 저토록 많고 다양한 감정들이
내 속을 채우고 있었단 말인가.
나는 여태껏 아무 감정도 아무 의욕도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철저히 스스로를 외면하며 살아왔는데
어떻게…… 저건 내 것이 아닐 것이다.
아니다…… 내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절대.
나는 어디쯤에서 살고 있는 걸까.
늘 이곳도 저곳도 아닌 곳에서
발이 닿지 않는 길을 위태롭게 디디며
살아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