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16
분노조절 장애인가 보다.
한번 솟구친 화는 절정으로 치닫고,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티브이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맞아 죽은 아이, 암매장당한 아이, 창밖으로 던져진 아이……. 범인인 부모들은 하나 같이 우울증이 깊었다고 한다. 대체 얼마나 우울하고 분노해야 그럴 수가 있을까.
자신의 아이를 죽일 수 있을 만큼의 분노는 어느 정도일까.
물론, 춥고 긴 새벽 내내 아이를 안고 달래며 어두운 거실 창 너머로 홀로 켜진 가로등을 오래도록 바라본 적이 있다. 어둠을 외로이 밝혀야 하는 의무감을 가진 가로등과 아이를 달래고 재워야 하는 의무감을 가진 내가 어쩌면 서로에게 말 없는 위로가 되어 주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던 지난 겨울밤. 난 가로등이 비추는 동그란 바닥을 착지점 삼아 뛰어내리고 싶었다. 물론, 나 혼자.
때로 창밖으로 아이를 던지고 싶었다는 다른 이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래, 그럴 수도- 동의는 했지만, 침묵의 동의였다. 이해는 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그럴 수는 없다는. 어쩌면 그런 말을 했던 이들은 무거운 죄책감과 반성으로 모든 걸 극복하고 그런 얘길 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창밖으로 자신의 갓난아기를 던진 그 여자는, 어쩌면, 한 번도 입 밖으로 그런 얘길 꺼내 본 적이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죄책감도 그 어떤 반성도 마음속 깊이 해보지 못한, 성숙하지 못한 자아가 그래서 더욱 쉽게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을 수도.
그렇다면 나는? 성숙한가, 성숙하지 못한가. 내게 주어진 이 상황들을 깊이 생각해 보고 성숙하게 판단하며 그로써 행동했었던가, 과연 나는?
창밖으로 자신의 아이를 던진 여자와 던지지 않은 나는 아마도 많은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미 마음속으로 수없이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던 내가 그 여자보다 과연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대체, 무엇이.
오늘도 힘든 하루가 지나간다. 머리가 아프다. 몸살이 오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