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1 pm 5:50
바다에 외롭게 박혀있는 섬을 사랑한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섬만을 찾아다니며, 그 섬처럼 외롭게 홀로 박혀있다가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섬에서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섬에 박힌 지 이튿날이 되면 파도처럼 감당 못할 외로움과 떠밀려갈 듯한 두려움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육지로 돌아올 때마다 여자에게 남은 것은 그저 아련하고 아름다운 섬뿐이라, 그 속에서 느꼈던 외로움과 두려운 마음은 금세 잊히곤 했다.
결국 그 여자는 섬에서 살기로 했다. 외로움과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섬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떠밀려가지 않고 뿌리를 깊게 박아 섬처럼 살고자 했다. 하지만 바다에 씻겨 잊혔던 외로움이 섬으로, 여자에게로 차츰 몰려들기 시작했다. 스스로 섬이 되고 나서 비로소 자신이 사랑한 것은 섬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여자는 그저 멀리 아름답게 보이는 환상을 좇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섬이든 육지에서든 여자는 현실을 외면하고 바다 건너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임을. 이제는 섬이 되어 바다 건너 육지를 사랑하게 될 것임을.
여자에게 섬이나 육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이 늘 이곳이 아닌 저곳을 꿈꾸며 외로움과 고독이라는 이름의 이불을 덮고 평생 잠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