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9년 차 광고기획자, 현 술집 사장님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직장인 시절 우연히 단골 술집을 인수해 운영했는데, 1개월 만에 매출이 2.5배가 됐다.
인수한 지 3개월 후 안정적인 대기업에 훌쩍 사표를 던지고 약 33㎡(10평) 규모의 자신만의 브랜드 ‘원부 술집’을 냈다. 술집이 3·40대 또래 직장인 사이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독특한 콘셉트로 입소문이 나면서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게 버는 술집 사장이 됐다.
이후 캐주얼한 위스키 바를 표방한 ‘모어댄위스키’, 다양한 종류의 잔술을 파는 ‘하루키술집’, 공연, 전시, 워크숍이 진행되는 문화공간 성수동 ‘신촌살롱’까지 공간 사업을 확장했다. 2권의 책을 냈고, 수십 번의 창업 강연을 했다. 9년 차 광고기획자에서 현재 6년 차 사장이 된, 서울에만 6개 공간을 운영하는 원부연 문화공간기획자의 이야기다.
여러 언론에서도 소개된 그의 창업 스토리는 언뜻 우연히 찾아온 성공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치열한 준비 과정은 성공 스토리에 비해 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무작정 퇴사부터 하고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까웠다”고 그는 전한다. 지식콘텐츠 폴인(fol:in)에서 지난 7월 열렸던 스터디 모임 <퇴사레시피: 3040 직장인을 위한 두 번째 밥벌이 찾기>의 진행자로 나서 ‘두 번째 커리어’를 고민하는 3040 직장인을 도왔던 이유다.
직장인 시절 술집 창업이 꿈이었는데, 기회가 닿아 퇴사 전에 3개월간 실제 술집 운영을 했고,그걸 바탕으로 나만의 브랜드를 입힌 가게를 준비했어요.
시장조사, 공간계약뿐 아니라 인테리어, 메뉴, 홍보 계획을 다 마련한 뒤
사표를 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부동산 투자를 병행하며 가게가 휘청대도 버틸 수 있는 부수입까지 마련했다. “가게는 한순간에도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틈틈이 온라인 부동산 카페를 드나들며 정보를 모았고, 지역과 시세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꼼꼼히 따져 구매한 오피스텔 등의 가격이 2배로 뛰었다.
가게도 일종의 소모품이에요. 특히 한국에서는 가업을 이어 한 가게를 오랫동안 운영하는 문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사한 지 5년 넘으면 장수했다고 말할 정도잖아요. 저마다 대비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꼭 준비가 필요해요.
회사에서 ‘고관여제품’을 주로 담당하는 광고 기획자로 다져온 맷집도 도움이 됐다.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이 걸리는 광고 캠페인을 위해 콘셉트를 잡고 전반적인 일정과 예산을 계획,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견을 조율해 광고를 내놓는 과정에서 작은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이는 창업 후에도 시장의 변화를 견뎌내는 힘이 됐다.
자동차처럼 사람들이 오랜 시간 생각해야 구매할 수 있는 ‘고관여제품’ 일을
주로 했어요. 프로젝트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시장 반응이
빠르게 오지 않았어요. 그 경험 덕에 시장 반응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계속 수정하고변경하면서 버티는 맷집이 생겼죠.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술과 술자리를 좋아해 술자리 모임과 게임을 기획하는 게 취미였고, 대학생 때부터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두고 온라인 카페를 둘러보며 틈틈이 공부했다.
그 꾸준한 관심이 기회가 왔을 때 든든한 준비물이 됐다.
퇴사 후 두 번째 커리어로 고려하는 것이 오랫동안 관심 가지던 일이 아니라면,
일단 회사에 다니면서 이것저것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지, 재미를 느끼는지를 알아야 해요.
생각만 했을 때와 실제로 했을 때는 많은 부분이 다르니까요.
각자의 경험을 쌓아 회사 밖에서 더 성장한 사람들의 지극히 사적인 노하우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