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두려움을 글쓰기 -1
하얀 화면 위에 커서가 깜빡 깜빡, 지.금.뭐.하.고.있.니.대.체... 깜빡 깜빡..
컴퓨터 화면 위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하염없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심장이 조여오는 것처럼 두려운 마음이 드네요.컴퓨터를 켰는데, 도무지 뭘 써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네, 저 글쓰기 두려움 병에 걸렸나 봅니다.
브런치팀에서는 꼬박꼬박 친절하게 알림을 주었어요. “작가님의 글을 못 본 지 무려... ”
브런치팀에서 친절하고도 아프게 보내온 메시지
브런치에 글쓰기를 멈춘지 꼭 일 년째 ..
일년 꽉 채워서 브런치에 손을 놓고 있었다니,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정말 영영 글을 못쓰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 년이 지나기 전에 글쓰기 두려움을 극복해보고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일 년간 나는 뭐가 그렇게도 두려웠던 걸까요
두 손을 타자 위에 놓고 투닥투닥, 생각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어 내 손가락과 연결된 키보드에 두드리면 되는 것을. 하얀 화면 위에 검게 글들을 수놓으면 되는 것을.
글쓰기 커리큘럼이 넘쳐나고 누구나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하는 시대가 왔어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저는 글쓰기가 더욱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나는 뭐가 그렇게도 두려웠던 걸까요?
내 글을,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두려웠어요. 사람들의 평가가 두려웠어요. 비웃음이 두려웠어요. 사유가 깊지도 못하고, 통찰도 얄팍한, 설득력도 부족한 글을 세상에 보인다는 것이 두려웠어요
글에 관한 나의 잣대도 커다란 허들이었어요. 글을 잘 써야 한다는 마음, 글이란 모름지기 나의 의견을 잘 담아야 하고, 설득적이어야 하고, 감동도 줘야 하고, 목적도 달성해야 하며 심지어 위트도 있어야 한다는 욕심으로 뭉쳐있었죠. 눈앞에 놓인 남의 기준과 나의 기준이 모두 나를 억누르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왜 글쓰기가 두려울까요? 무엇이 두려울까요?
내 글을 세상에 보이는 것이 두렵다
다른 사람의 평가나 비웃음이 무섭다
생각이 깊지 못함을 들키는 게 겁난다
감정이 과장될까봐 마음을 숨기고 있다
적게 쓰고 많이 얻으려는 이기심이 크다
글쓰기가 과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까? 내가 과연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걸까 의심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 모든 것이 글쓰기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마음, 두려움은 핑계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은 글쓰기 두려움을 대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혹시 두려움 없이 그저 써내려 가시나요? 책도 여러번 낸 유명한 작가들은 대체 글쓰기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작가들이 글쓰기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다른 사람들은 두려움이 오면 어떻게 할까요? 대단히 유명한 작가들도 글쓰기의 두려움은 다들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다는 건 위로가 되네요. 그들은 글쓰기 두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해요.
김영하 작가
한 줄만 쓰는 거야 그래 한 줄만 쓰지 뭐 어때
은유 작가
예술하려고 하지 말자
강원국 작가
위암 선고받을 사람이 뭐가 그리 두렵다고 떨었을까?
죽을 고비 넘기고 나니 못쓸 글 없고 못할 말이 없더라
두려움 주머니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대요
누구나 두려움이라는 짐을 어깨에 매고 간대요. 그 구멍에는 두려움이라는 모래가 솔솔 조금씩 새고 있는데, 사람들은 무거운 줄 알지만 그래도 짊어지고 간다고요. 모래처럼 솔솔 빠져나가 길에 흩뿌리고 다니다 보면, 어느새 두려움 주머니가 조금씩 가벼워져 있더라는 것을요.
쓰지 못해 괴로운 날들까지도 포함해서 내 인생
그래서 글쓰기의 두려움에 대해서 써보기로 했지요. 암에 걸린 사람도, 입에 맞지 않는 무염식을 하며 건강을 위해 노력해요. 글쓰기의 두려움병에 걸린 나도,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을 써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사실은 지금 이 글을 적는 이 순간도 가슴에 두려움 주머니가 가슴을 꾹 누르는 기분이지만 말이에요.
두려움이라는 알을 깨부수고, 두려움에 대해 쓰기
글쓰기의 두려움을 껴안은 나와 함께 걸어가려고 해요. 만약 두려움이라는 무거운 주머니를 껴안고 가만히 앉아만 있다면, 절대로 느끼지 못할 가벼움, 느껴보고 싶어요.
글쓰기 두려움, 글쓰기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런 글을 누가 읽어줄까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글쓰기의 두려움을 고백하고, 쓰다보면 낫게 될 거라고 믿어요. 누구에게 읽히는 글이라기 보단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보려는 내 모습을 기록하는 글, 글쓰기가 두려운 나를 위한 글이니까요.
달라야 한다는, 멋져야 한다는, 과한 욕심을 빼고, 그저 묵묵히 다시 내 글을 어디서든 적고 용감히 세상에 내밀 수 있는 나. 혹시나 세상에 모든 글쓰기 두려움을 가진 누군가 있다면 써보자고, 웃게 될 그 날까지 써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두려움이란 막연한 단어까지도 피하고 싶었던 날들에 대해 써보자고.
‘글쓰기 두려움’ 쓰다보면 극복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쓰고 또 써보겠습니다.
두려움까지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