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먹어봤을 음식, 바로 피자에요. 대체 왜 피자를 좋아하게 되었을까요? 그냥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왜 좋아하는지 써보기로 했어요. 피자에 대한 글을 쓰면서 흐뭇해지는 마음, 피자에 대한 나의 진심을 말하고 싶었어요.
by 카피자
어렸을 때 엄마는 집에서 간식을 만들어주셨다.
책꽂이에는 ‘서양 요리 백과’라고 쓰인 5권짜리 요리책 모음이 있었고, 요리에 관심이 있는 엄마는 자주 요리책을 들춰보셨다. 그때 집엔 오븐 같은 서양 요리를 만들어낼 도구는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요리책에 나온 피자를 한 번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우선 엄마는 밀가루 반죽부터 시작했다. 밀가루에 물, 소금, 이스트를 넣고 반죽을 치대어 숙성을 했다. 오래오래 기다려야 하는 반죽 숙성 시간 동안,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반죽을 바라보며 설레던 어린 나.
반죽을 넓적하게 편 후에는, 토마토소스를 둥글게 펴 바른다. 그 위에 분홍색 소시지와 햄을 얇게 썰어 군데군데 얹고, 양파, 피망, 옥수수콘을 자잘하게 썰어 흩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즈를 듬뿍 얹어주면 끝.
오븐 하나 없이 프라이팬 피자 요리
오븐처럼 피자가 360도 열을 받아 맛있게 익지 않았지만, 꺼질 듯 말 듯 약한 불에 프라이팬 뚜껑을 덮어놓으면 정말로 피자가 만들어졌다.
서서히 녹는 피자치즈와 부풀어 오르는 반죽, 빨갛게 색깔이 짙어지는 토마토소스와 초록 하양 노랑 채소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어린이 입안에 군침을 돌게 만드는 근사한 비주얼이었다.
자료출처 : 픽사 베이
맛있게 익어가는 피자 앞에서 신나게 춤을 추며 기다리는 어린 나, 엄마가 프라이팬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자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피자. 엄마 스스로도 ‘오 괜찮은데?’라는 표정으로 씩 웃었다. 드디어 완성된 엄마표 피자, 숭덩숭덩 세모로 썰어 접시에 덜어주며 ‘어서 먹어봐, 맛이 어때?’라고 말하며 나를 바라보는 눈빛, 엄마표 피자간식은 어린 시절의 소중한 한 장면이다.
첫째로 태어난 나는 단 2년만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2살 터울 동생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나머지 인생은 모두 동생 2명과 엄마를 나눠야 했다. 아니 엄마를 양보해야 했다. 너는 언니니까, 너는 첫째니까. 늘 뒤에 있고, 늘 보살펴야 했으며, 늘 앞장서야 했다. 동생을 돌보러 얼른 자리를 뜨는 엄마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K-장녀들이 그러하듯, 엄마가 힘들 때 엄마는 나에게 왔고, 그럼 나는 엄마가 기댈 수 있는 큰 딸이어야 했다.
생애 첫 피자를 먹을 때
엄마와 나 단 둘의 기억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는 엄마와, 엄마가 만들어주신 신기한 간식을 차지하는 나, 그렇게 피자는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는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이색 요리였다.
이제 어디서나 피자를 먹을 수 있다. 배달 앱을 켜면 30분 안에 도착하는 수많은 피자 브랜드, 하지만 엄마가 첫 딸에게 만들어주신 첫 피자는 어디서도 먹을 수 없는 추억 한 조각이다.
투박하고 서툰 엄마의 첫 피자, 엄마가 낳은 첫 딸의 오물거리는 입, 둥그렇게 커지는 눈, 맛있다고 치켜드는 엄지손가락, 마음속에 남아있는 엄마의 뿌듯한 표정까지도, 엄마의 피자 조각은 내가 피자를 사랑하게 된 아주 최초이자 최고의 기억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