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꼴 제작 및 기획자 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30여 년을 살았고, 내가 일하며 살아왔던 분야에서 능력이 고갈됨을 느낄 시점에, 무엇이든 직접 만지며 만드는 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시도한 것이 목공이었다. 대부분의 중년 남자가 그런다고 한다^^
한옥과 고가구를 만들던 선생님께 짜맞춤 가구를 배우며 그 퍼즐과도 같은 전통 짜맞춤 기법에 매료되었고, 그를 기반으로 현대 가구 만들기도 배웠다. 어릴 적부터 무언가 꼼지락거리며 만들기를 좋아했던 내게는, 무엇이 되었건, 만드는 것이 내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취미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런데 취미를 직업처럼 잘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가구를 계속 생산해 내는 것은 내가 가진 턱없이 작은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드는 가구는 팔 수 있을 만큼의 수준도 되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필요해서 만들기도 하지만, 의미 없이도 만드는 것"(이것이 만들기 취미의 정의 아니던가^^)으로 가구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구 만들기를 멈추었고, 그러던 중 몇 년 전에 방문한 일본 오사카의 한 나무 장난감 전시장에서 70 가까운 노인 장인이 나무 장난감을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행복한 미소로 나를 응대하던 자그마한 노인 장인의 모습에서 내가 꿈꾸고 있던 노년의 내 모습을 보았고, 장난감 만들기와 나의 알량한 나무 다루는 기능을 합쳐 보고 싶어 졌다. 그 노인이 만들고 전시하던 장난감은 단순한 형상을 하고, 팽이처럼 전통적 방식의 동작만을 할 수 있는 장난감이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장난감들이었다.
장난감은 작품의 크기가 가구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것이 좋고, 만들어진 작품이 작동을 하는 것도 좋았다. ^^
나무로 장난감 만들기를 하려면 기본적인 목공 기술과 스크롤 쏘, 선반, 소형 조각기 다루기가 가능하면 좋다. 물론 필요에 따라 어느 한 가지만 잘 알고 나머지는 대충 알아도 되지만, 만들기에 열중하다 보면 모든 것에 익숙해지게 될 것이다.
나무는 정겨운 질감이 있다. 작업을 하는 즐거움도 있고,
완성된 작품의 질감이 주는 만족감은 더욱더 크다.
그런데 나무를 다루려면 많은 장비와 장소가 필요할 수 있는데 그 대체재 역시 존재한다.
나무의 대체재를 활용하는 방법에는 포맥스 보드와 같은 하드 보드를 자르고 붙여서 만들거나, 3D 프린터로 원하는 형상을 출력하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3D 프린팅도 배웠다.
학원에 갈 필요 없이 유튜브의 친절한 선생님은 수강료도 받지 않고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
나무를 다루는 부분이야 직접 보고 손으로 익혀야 하지만, 3D 프린터는 디자인하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집에 앉아서도 충분히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외형을 만드는 기능이 생기니 내가 만든 장난감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움직임을 하고, 반응을 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두이노 부품을 사모으고 이를 이용해서 반응형 장난감을 만들기 시작했다.
모든 기술적 지식은 그대로 IOT(사물인터넷)에 적용이 가능했고, 장난감과 사물인터넷 두 가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에서 구한 도안을 가지고 만든 "꼬리 치는 강아지 우디"가 어설프지만 나무로 만든 움직이는 장난감의 첫 번째 작품이다.
내가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면 이러한 만들기를 시작하기 어려웠겠지만, 아두이노의 코딩은 나름 단순한 편이다. 대개의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은 수천에서 수만 라인의 코드로 만들어지는데, 아두이노 코딩은 대부분 100라인 이내에서 끝나고, 내 경험상 길어 봤자 500라인을 넘는 것은 없었다.
이제는 초등학생부터 배운다는 코딩을 장난감을 만들며 배울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취미 활동이 되지 않겠나?!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내 강좌를 개설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만들기와 코딩을 함께 가르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강좌의 수강 대상은 코딩 초보자 또는 기초 단계 이수자들이다.
- 장난감 만들며 코딩 배우기
- 코딩 없이 움직이는 장난감 만들기
- 자율 주행 / 무선 조종 자동차 만들기
- 원격 조종 / 자동화 생활용품 만들기
등과 같이 어렵지 않지만 쉽게 흥미가 생기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강좌가 끝나면 각자 자기가 만든 장난감을 품에 안고 집에 갈 수 있으면 더욱 좋고...
이미 코딩을 잘하는 고급 인력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쉽게 훌륭한 메이커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급적 초중급자들에게 이런 과정을 널리 보급하여 보다 많은 코딩과 메이커 인구를 확산시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세계에 호기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코딩과 손쉬운 만들기가 함께 보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