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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Lim Feb 10. 2019

창업을 하기까지 약 6년여 동안 십잡스(3)

쉽지 않은 결정. 그리고 바퀴벌레와 같은 생존력.

폐업 신고를 하고, 밀린 서류를 정리하면서 여느 때처럼 다시 회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스물아홉인데 신입으로 날 받아 준 곳이 있었다.


(여섯 번째) 아디다스 퍼포먼스 체조 라인 디자이너.


디자인을 전공한 나로서는 디자인이 사실 본업이었다.

내 자리를 찾은 느낌 같아서 너무 신이 났다.

근데.. 입사하고 나서 나는 3개월 동안 그림 하나 못 그렸다. 신입이니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내 위의 매니저가 나에게 설득했던 말들은 아직도 너무 안타깝다.


어차피 디자인은 일본에서
잘 뽑아내니까 그거 활용해.


독일 본사에서 디자인 승인 나기 어렵고 소재에 따른 피팅과 샘플 작업 등등 번거롭다는 얘기다.


내 주위 디자이너들이 종종 이런 자괴감에 빠져있기는 했는데

내가 직접 당해보니 허탈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결국 내 일은 카피(copy)였다.


내가 이래서.. 회사에서 적응을 못했던 건데 다시 여기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디다스 체조 라인 워크숍 갔을 때, 전국체전 제주도에서)


4개월이 지났을까, 전화 한 통이 왔다.

작년에 사업하면서 알게 된 고려대 창업 멘토, 우 교수님이었다.

"너 요즘 뭐 하고 있니? 너의 그 열정과 실력을 이 자그마한 회사 기준에 맞추느라 힘들겠다."

"..., 저는 요즘 해외디자인 카피를 해요. 여기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데요. 근데 저는 도저히 못하겠는데ㅜㅜ 제가 너무 미성숙한 걸까요?"



평생에 살면서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조언해 준 건 처음이었다. '..나의 열정과 실력?'

그 교수님은 "나는 네가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들을 보고 너를 높이 평가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앞으로 총알을 장전해서 모두 소진할 때까지 미국에 있어라. 패션 비즈니스는 아직 한국 시장이 작다"라고 이야기했다.


지금은 BTS 등 K-beauty와 더불어 '스타일난다'와 '임블리'와 같이 K-fashion의 열풍이 불고 있지만 15년도만 해도 아직 이렇다 할 사례가 부족했었다.

 


5개월이 되던 찰나에

나는 작정하고 패션 비즈니스를 위해 직장이 아닌 커리어를 체인지했다. (패션회사 > 기업교육 컨설팅 회사)

(국내의 교육 컨설팅 펌, HRD 컨설턴트란다.)


고등학생 때부터 미술에 미쳐서 그림만 그렸고 사실 대학에 가서도 패션만 보고 듣고 느껴왔다.

그러다가 사업을 하니 도저히 경영이 뭔지, 비즈니스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디다스를 퇴사하면서 내 마음속의 울림은 하나였다.

'난 앞으로 내 패션 비즈니스를 해야겠다. 그러려면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그래서, (일곱 번째) 기업교육을 담당하는 HRD 컨설팅펌의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사실 교육 펌을 가려고 한 건 아니었다. 경영을 알고 싶어 경영 컨설턴트?를 지원했었는데 날 받아줄 턱이 있나.

유학생만 가거나 SKY만 간다고 하는데..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우선 이 곳에 들어왔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갑작스럽다.

그때 친구들은 또 용케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한다. (자꾸 등장하네ㅎㅎ)


아니.. 취업난에 서른인데도
신입으로 맨날 들어가
그것도 능력이다.ㅋㅋㅋ

여긴 좀 오래 다녔다. 1년 반? 나한텐 오래 다닌 편이다.

나는 회사를 짧게 다녀서 그런지, 공채가 아니어서 그런지, 기업교육의 혜택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근데 웬 걸.. 여기에서 웬만한 기업 교육을 다 들으면서 강사도 만나고 교육도 설계했다.

새로운 일인데 또 닥치면 하게 되더라


그중, 내가 직접 담당했던 기업은

인천 국제공항공사 신입 교육, 우리 금융그룹 신입 교육, 우리 카드 신입 교육, 금호석유화학그룹 다수 교육, 유안타증권 다수 교육, K2 브랜드 다수 교육 등등..  

(14년도에 입사한 신입들을 대상으로 16년도에 실시한 교육)


이 곳에서 있으면서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교육으로 사람이 변하더라. 하하


교육도 인생의 자원이라고 했던가. 돈도 자원이고, 건강도, 사람도, 타이밍(운)도..



난 맨날 신입이었는데, 내가 진행한 교육은 때론 과장들, 차장들, 부장들, 임원들 대상 교육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도 듣고 강사님들 중 만날 수 없는 분들도 초빙해보고.. 또 그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느끼는 점이 많았다.


1년 반의 시간은 내 커리어에 있어 뜬금없지만 내 인생의 필요했던 부분들을 채워줬다.

직급에 따라 다른 고민들, 그리고 회사를 바라보는 각각 다른 입장들.. 내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대신해서 듣고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왜.. 교육이 중요한 지도 너무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쉽지만 그렇게

이 시간 또한 지나갔다..




여성창업가가 되기까지(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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