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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Lim Apr 25. 2019

한국에서 패션사업이란 신진 디자이너 or 쇼핑몰 창업?

패션도 과학인 걸 왜 모르나

한국이라고 딱 규정짓고 싶지는 않지만

14년도 창업했을 때 멘토가 했던 말이 이제와 또 수긍이 되는 시점이다.


한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디자이너들 수두룩한데 어디 해외 나가서 이름이라도 유명한 데 있어?


한국이나 미국이나 유럽이나 차라리 같은 노력을 할 바에야 이렇게 1,000개 중 1개 살아남을까 말까 하는 한국에서 디자이너 뭣하려 해?


국내 인디브랜드 페어 ..


그런데 난 다시

작년부터 패션 사업을 하려 고군분투 중이다.

이번엔 좀 다르길 바라면서.



우리 언니가 맞지 않는 옷이 없어 쇼핑이 재미없다는 말을 듣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허리는 44, 엉덩이는 77

언니가 거울을 보며 매일 긴 옷으로 엉덩이를 가리는 모습을 보면 참 이상하고도 마음이 아파온다.


패션 브랜드 옷들은 죄다 마네킨을 위한 걸까?

다들 저 화보에 있는 연예인들을 위한 옷인가?

이 의문은 항상 있어왔는데..

우리 언니를 보니 더 피부로 느껴졌다.

이런 몸매는 내 주위만 봐도 한 명 있을까 말까..


내 주위만 그런가

키가 작고 하체가 다부져 바지 허리를 수선하거나, 길이를 수선하거나..

허벅지만 맞으면 그래도 감사해서 옷을 산다고?


나도 그렇다.

엉덩이가 매우 불편해서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뒤 허리 주춤을 매번 당겨 허리로 끌어올린다.

벨트가 괜스레 허리를 두껍게 보일까

벨트는 안 하고 바지에 고무줄을 좀 넣어봤다.

전보다 나아졌으니 그냥 입기로 한다.


점프하면 바지 안에 얼추 내 허벅지와 엉덩이가 들어간다


매일 입는 바지가 불편해도 그냥 입는다.

새로 사놓고도 잘 안 맞으면 또 안 입는다.


사실 여자들은 그렇다.

허리만 맞으면 대충 맞는다는 남자들과 달리

허리부터 발목까지 제법 잘.맞.아.야 한다.


우리 언니가 쇼핑이 어려운 이유,

내가 그러는 이유, 내 친구들도..

그렇게 인생 팬츠를 찾으면 그다음은 또.. 어디서 찾아야 하나, 이와 똑같은 바지는 안 나오는데..

같은 브랜드에서도 조금씩 또 다르게 나오니까..

(제발...ㅜㅠ)

내가 답답해서 사업자를 내버렸다.



나 바쁘니까 지금 이 바지랑 비슷한 거 찾아줘!!!

그리하여 신진 디자이너 아니고 쇼핑몰도 아닌

우리 언니 쓰라고 만든 똑같은 옷 찾기 어플이다.



근데 중요한 건

난 개발자가 아니고 패션을 너~~~ 무 좋아하고

잘하는 것 말고는 자랑할 게 없는데..


정부사업으로 자금 지원이라도 받으려면

패션이 아닌 (패션) 테크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테크 좋아해. 기술! 기술이어야 해..!!

3D이던, 가상 피팅이던, 스마트 공장이던, 아마존같이 배송 통합 기술이던..

(대신 심사위원들이 모르는 기술은 안됨)

내가 아는 인공지능 가속기 만드는 박사 3명이 창업한 곳도 줄곧 잘 떨어지는데

알고 보니, 심사위원들이 잘 몰라서 질문을 못한다 하더라..



암튼, 여기 팁을 주자면

창업을 위한 정부지원사업으로 #패션 #디자인 #뷰티 #제조를 준비하고 있다면 어중간한 신진 디자이너나 쇼핑몰 개념으로 지원해서는 안된다.

왜냐면, 기술이 빠졌으니까.


그리고 기술을 잘못 넣으면 또 심사위원둥절..

(그들은 패션/뷰티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오늘 입고 나온 양복이 전부다.라는 관점으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발표해야 함..)


또잉? 난 허리만 맞으면 되는데
옷 사는 게 그렇게나 어려움??

(다들 이렇게 질문하더라....)
이 사진 속 문제가 뭘까?  그냥 살이 쪘다고 보는 관점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슬픔)


심사위원 99%는 남자분들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기 때문에 거진 50번 이상 사업 발표하면서

발표 스크립트를 이렇게 바꿨다.


자, 셔츠 입을 때 배가 나와서 배 사이즈로 맞추다 보니 어깨가 크거나.
어깨에 맞췄더니 팔 길이가 길거나.
허벅지에 맞췄더니 허리가 크거나.
나한테 맞는 옷 찾기 힘들쥬?
그래서~ 이 어플은 (주저리주저리..)


(심사위원 끄덕끄덕)

근데 이렇게 얘기하지 않아도..

간혹, 있는 그대로 여성의 의류 사이즈 문제 관련해서 패션(의류)을 논하면, 자기 와이프가 잘 안 맞는 옷 때문에 스트레스받아하거나.. 자기 딸들의 고민을 아는 아빠 분들은 100% 공감하더라


사실 공감만 해도 감동이긴 하다.




암튼 그동안 정부지원사업으로

패션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건 이거다.

1. 확실한 "기술 기반 패션 테크" 회사로 재빠르게 시장 테스트해보고 사용자 다운로드 수나 가입자수, 재 방문율을 숫자로 보여주거나!
2. 아예 패션 크리에이터, 신진 디자이너로 옷을 제조하거나!


이 둘의 경계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



왜냐면 심사위원 중,

기술을 아는 패션 디자이너가 별로.. 없고

패션도 과학이라는 걸 잘 아는 심사위원도 별로.. 없기 때문에



한국에선 둘 중 하나만 고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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