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족해도 티 나는 대표 가끔은 99% 부족해도 괜찮은 직원
가끔은 모든 걸 잘해야 하는 스타트업 대표보다 한 가지만 딥하게 잘하는 직원이고 싶다.
첫 번째 스타트업은 그냥 재미로 시작했고
두 번째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 큰 꿈을 안고 시작했다.
나는 개발자 출신이 아니고 그냥 패기 넘치는 미친 행동력을 가진 사람이다. 말하기도 전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그런 종류의 사람
그러다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막막하거나 그 목표가 상실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감에 쏠리게 된다. 직장에서 일했더라면, 그냥 상사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같이 해결하려고 하거나 아님 상사에게 떠맡겨 버렸을 수도 있다.
지금은 내 문제도, 비지니스의 문제도, 직원의 문제도 모두 내가 다 떠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니 나는 나를 돌보기 이 전에 다른 것들이 우선시 될 때가 많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까진 나에게 맡겨진 가족이 (결혼을 안 했으니 남편도 애기도) 없으니.. 큰 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즉, 스타트업 현타가 오면
가끔은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뭐가 정답일까?
뭘 위해 살고 있는 걸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5년 뒤에는 뭐가 되어 있을까?
지금 어떤 문제가 내 앞에 있는 걸까?
나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끝까지 해결할 마음이 있는가?
나의 영감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되묻는다.
패션을 전공했지만 사업을 너무 하고 싶어서 작정하고 서른에 회계법인에 들어가 일한 적 있다. 여김 없이 신입이었지만 새로운 것들을 익힐 수 있어 신이 났었다. 지금도 사업을 운영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이 문제를 해결할 만한 사람을 찾거나 내가 관련된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개발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해결하는데 눈 앞이 캄캄해진다.
새로운 개발자와 일한 지 어느덧 2개월, 패기 넘치는 외국인과 일하기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정도 코딩의 의사소통은 가능했지만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이 또한 새로운 문제였다. 아니 그냥 서로가 다른 거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으로서 제공할 수 있는 대우나 복지는 한계가 있어 최대한 신경 써주고 비전을 제시하고 신뢰를 쌓아가고 했으나.. 갑자기 개인적인 재정 문제가 발생하거나 대표나 팀원과의 호흡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그지없이 우리와 일 할 일말의 접점이 사라지기 일쑤다.
그러면 나는 잡을 수 없어 보내야 한다. 또다시
최저의 비용으로 주니어 개발자를 데리고 있자니 개발 속도가 더디고 정작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은 안 나오고, 그러나 시니어 개발자는 우리가 더 페이 해야 하나 그만한 돈은 없고, 주니어를 길들이거나 키우거나? 아님 내가 개발을 배우거나.. (뭐 파이썬은 배워봐서 알지만 꽤 재밌었기에 직접 개발을 할 확률은 점점 60%..)
스타트업 현타는 매번 이런 식으로 반복된다.
현타 올 때마다 스트레이트로 30시간씩 코딩 공부하면 1년 뒤 진짜 뭐라도 만들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지막이 이렇게 내 생각을 정리해본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진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끝까지 포기 안 할 자신이 있는가?
결국은 내 머리보다 단단한 벽에 부딪치게 될 테지만 쓸데없는 박치기일까,
벽에는 아무런 영향을 못주고 내 머리만 다치게 될 뿐일까,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으련다.
어려움을 예상했었고, 처음의 각오를 잊지 않을 것이기에.
그러려면 계속해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