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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Aug 29. 2017

기사의 탈을 쓴 광고, 이면의 폭력

최근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던 여대생과 40대 어머니가 전남 장성의 한 저수지에서 건져 올린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등록금을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정확한 사망 동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두 모녀가 생전에 이런 학자금 대출 제도를 알았다면 "라는 안타까움에서다.


<여대생 모녀 등록금 빌릴 길 없었나…"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알았다면">라는 중앙일보의 29일 자 기사 리드문이다. 모녀의 죽음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이어지는 본문은 한국장학재단의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을 안내하는데 치중되어 있다. 신청 일정, 대출한도, 대출금 상환 방식, 대출 기간,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및 전화번호 안내까지. 본문 마지막에서 다시 모녀의 사건을 다루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기사의 탈을 쓴 광고이자 보도라는 이름의 폭력이다.


리드문에서 밝히는 안타까움도 뒷맛이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높은 등록금과 대학 진학에 대한 인식, 복지제도의 취약점 등의 여러 문제들이 얽혀 만들어낸 사건임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한두 줄에 불과하다. 초점은 오직 '등록금'에 맞춰져 '학자금 대출 제도를 알았다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정말 안타깝다면 존재함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복지제도, 혹은 사회 안전망에 대해 지적했어야 했다. 무엇이 그들을 자살에 이르게 했는가. 이 고민이 생략된 안타까움은 자살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려는 시도로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출처 : 중앙일보, <여대생 모녀 등록금 빌릴 길 없었나…"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알았다면">, 

http://news.joins.com/article/2188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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