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傷(식상)방지식(食)상(想)4

현미밥은 맛없어

by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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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傷(식상)방지식(食)상(想)4.


현미로 밥을 잘 짓지 않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귀찮아서, 맛없어서다. 맛이라도 있으면 귀찮음을 물리치고 밥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인데 오히려 먹다가 포기한다. 건강상 이유로 대부분 현미를 찾고는 시간이 지나며 다른 잡곡류나 7분도미나 5분도미로 전환한다. 모든 이유는 맛이 없어도 너무 없기 때문이다.


현미는 왜 맛이 없을까? 같은 쌀인데 말이다. 가을이 오면 논에서 벼를 수확한다. 선풍기 바람이든, 햇볕이든 건조한 다음 보관한다. 쌀이 필요할 때 도정의 몇 단계를 거치면 쌀이 된다. 우선 쌀을 감싸고 있는 겨를 벗겨낸다. 이 상태가 현미다. 현미는 미강(쌀겨, 호분층과 종피로 이루어진 부분)이 쌀눈과 백미 부분을 감싸고 있는 모양새다. 미강을 깎아 내는 정도에 따라 5분도미, 7분도미, 백미 순이 된다. 현미는 미강이 완전히 감싸고 있기에 백미처럼 수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다. 현미로 밥을 하기 전에 5시간 이상 불려야 한다. 현미밥 짓기가 귀찮아지는 이유다. 맛 없는 것도 미강강때문이다. 호분층이 적어질수록 즉 많이 깎아 낼수록 밥맛이 차지고 단맛이 돈다. 일본 술인 사케 중에서 비싼 술은 쌀을 50% 도정한 것이다. 탄수화물 외에 다른 성분이 있으면 술에서 잡내가 난다고 한다. 지방이나 단백질 같은 영양성분 없이 오로지 순수에 가까운 탄수화물을 얻기 위해 도정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한다. 도정하면 할수록 밥맛은 차진다. 반면에 탄수화물을 제외한 영양분은 감소한다. 지방이나 섬유질은 물이 탄수화물에 흡수하는 것을 방해한다. 단백질은 쌀이 부드럽게 되는 것을 방해한다. 영양은 좋은데 현미가 맛이 없는 것은 다양한 영양소의 물리, 화학적 작용 때문이다.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불포화지방산 등 일부러 찾아 먹는 영양소들은 버리는 쌀겨와 미강에 담겨 사료가 된다.


현미로 밥을 편하고, 맛있게 있는 방법이 있다. 귀찮음은 여전히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귀찮음보다는 덜하다. 십오 년 전에 발아현미 열풍이 불었다. 어두운 곳에 현미를 물에 담가 싹을 틔우고는 건조한 것이 발아 현미다. 발아 과정에서 다양한 영양성분이 생기고 백미를 감싸고 있는 호분층에 균열이 생기면서 수분 침투가 용이하게 된다. 구수한 맛도 있거니와 밥하기가 백미만큼 편했다. 다만 가격이 문제였다. 그때 가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가격과 비교해 유추해보면 두 배 정도 였다. 지금도 일반 현미가 kg에 2천 원대이면 발아현미는 4천 원대이다. 열풍은 사그라들고 잡곡 판매대에 여전히 발아 현미는 남아 있지만 찾는 이가 많지 않다. 왜? 맛이 백미보다 없어서다. 현미는 백미보다 맛없는 게 사실이다. 현미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떡으로, 혹은 뻥튀기 과자로 먹어도 백미로 한 것보다 맛없다. 그래도 맛없는 것을 조금 더 맛나게 먹는 방법은 있다.


품종을 바꾸면 된다.
백진주, 밀키퀸, 골드퀸 3 등 반찹쌀계 현미는 그나마 멥쌀 현미보다 낫다. 현미 찹쌀도 괜찮다. 호분층이 감싸고 있는 백미에 찰기가 있어 씹을 때 처음은 서걱거려도 씹을수록 쫀득한 식감이다. 멥쌀 현미와 다른 질감이다. 반찹쌀계든 현미 찹쌀이든 물에 불려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참 귀찮지만 품종을 바꿈으로써 맛이 나아지듯 불리는 방법을 바꾸면 덜 귀찮게 된다. 적당한 크기의 밀폐용기를 준비하고는 현미를 담는다. 집에서 흔히 쓰는 용도인 700~900mL 용량이면 된다. 용기에 현미를 담고 씻은 다음 물을 다시 담고 뚜껑을 닫으면 끝이다. 식구가 많고 밥을 자주 한다면 두어 개 정도 더 준비하거나 아예 더 큰 것으로 하면 된다. 하루 정도는 상온에 두었다가 용기를 냉장고에 넣고 밥 지을 때마다 조끔씩 꺼내 쓰면 된다. 현미를 꺼낼 때마다 물을 조금씩 부어 주면 된다. 현미를 다 먹으면 다시 새로운 현미를 넣고 앞에 작업을 반복하면 된다. 밥 할 때마다 불리는 작업 없이도, 또는 비싼 압력밥솥이 없어도 맛있게 현미밥을 지을 수 있다.

DSCF3085.jpg 밀폐용기에 현미와 물을 담아 놓고 보관하면 현미를 보다 편하게 먹을 수 있다.

현미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식품 먹어서 병이 낫는 경우가 있겠지마는 경우는 경우일 뿐이다. 즉 ‘만에 하나’다. 현미밥을 몇 달 정도 먹고 있지만 건강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 몇 년은 꾸준히 먹어야 알까 싶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백미보다는 덜 먹는다. 현미를 그나마 보드라운 식감으로 밥 짓는다고 해도 현미는 현미. 백미보다는 더 씹어야 하기에 평소에 먹는 밥보다 양이 준다. 백미로는 반찬이 안 좋아도 한 그릇은 먹던 딸아이가 반찬이 맛있어도 중간에 숟가락을 놓는다. 배가 불러서 그만 먹는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미를 먹어서 건강해지는 것보다는 평소보다 덜 먹어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맛이 없어서 혹은 많이 씹어서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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