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제주의 맛

세화

by 김진영

경향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오일장 취재차 제주 세화에 다녀왔다.


코로나와 평일이 겹쳐진 터라


왕복 비행기 비용은 6만 원.


5월의 제주는 항상 붐볐지만

올해는 한갓지게 다녔다.


제주를 가면 꼭 먹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은 상관없지만

사진 찍기 위해 간다면 말리고 싶다.


제주는 전복 양식을 하지 않는다.

자연산은 양식하는 참전복과 다른 커다란 말전복이 조금 채취하는 수준.

제주에서 먹는 전복은 완도에서 배 타고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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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새우는 어떤가?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식재료가 방송 덕에 제주에서 별미가 되었다.

제주에서 식재료로써 꽃을 피었지만 사실 제주에서 나는 식재료는 아니다.

딱새우 또한 추자도와 남도의 바다 사이에서 잡아 온다.


5월 제주는 참 맛없는 달이다.

조생 양파와 마늘은 나오지만

바다와 육지에서 나던 것들이 계절이 바뀌기 직전이라 맛이 없다.

차가운 바다에서 잡혀 달달하던 갈치는 맹한 맛이 난다.

양념 맛으로 먹는다 하더라도 살맛의 달달함이 기본이기에 이제 겨울을 기다린다.


오일장 취재를 끝내고

오일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터미널 앞 식당처럼 모든 메뉴가 있는 시장 내 식당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곧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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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식당이 눈에 띈다.

에로스의 화살이 가슴팍에 팍 꽂힌 듯말이다.

대개

느낌대로 들어가면 열에 아홉은 첫사랑처럼 실패한다.

그러다 어느 날은 기대 이상의 대상을 만난다.


그날이 그날이었다.


제주는 광어 양식을 많이 한다.

집 근처에서 먹는 광어 대부분이 제주산이다.

여행까지 와서 제주산 광어는 부러 찾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지역마다 있는 특산물을 먹을 때마다 좌절하곤 했었다.

홀로 가는 출장이기에

남해나 기장의 멸치 쌈밥을 먹을라치면 눈치 보면 2인분을 주문해야 했다.

유명한 것들은 대부분이 2인분 이상이고,

있는 폼, 없는 폼 다잡아 나오는 한상 차림이 대부분이다.

그게 불만이었다. 좀 편하게 먹으면 안 될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기는

달랐다.

말을 튀기고 말먹이인 당근을 튀겼다.

광어를, 쌈밥 대신 멜튀김이 있다.

심지어 떡볶이도 기대 이상이다.

광어를

한상차림으로 거하게 먹는 것도 좋지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월정리에서 세화까지의 해안도로에는 수많은 식당이 있다.

식당과 식당 사이에 검은 천을 둘러싼 하우스들이 많다.

광어 양식하는 곳이다.

서울에서 먹었던 광어와 다른 맛이 난다.


양식 광어라 하더라도

먹는 시점과 장소가 중요하다.

서울(필자가 사는 곳 기준)에서 광어를 먹는다 치면

제주에서 차에 싣고 배를 탄다.

완도나 진도에서 차를 타고 경매에 넘겨진다.

중도매인을 거쳐 소매, 식당 순이다.


언제 양식장을 떠난

광어인지 모른다.

수많은 스트레스의 시간을 견디고 식탁 위에 올랐는지 모른다.

먹이 활동을 못하는 사이 근육 내에 쌓아 둔 포도당은 호흡을 하면 시나브로 소진했다.

하얀색 살점은 있으되 산지의 단맛은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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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회국수를 먹었다.

들어 있는 회가 부족함이 없다.

광어회다.

뱃살도, 등살도 단맛이 가득하다.


5월의 제주는 한겨울의 맛보다 많이 심심하다.

맛집이 아닌

식재료 보고 찾으면 나름의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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