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홍어도 식재료다.

by 김진영



#홍어


#홍어도_식재료


#안삭힌_홍어

홍어.jpg 인천종합 어시장의 대청도 홍어


얼굴 마주 보면 나도 모르게 싱긋 웃는다. 어느 순간, 어떤 심리 상태든 상관없이 말이다. 항상 귀여운 장난꾸러기 표정이다. 홍어 이야기다. 홍어를 바라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맛있겠다는 그다음이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홍어는 두 개의 고정 관념에 꽁꽁 묶여 있는 식재료다. 메뉴로서 활용가치가 높지만 전문점 아니면 잘 취급 하지 않는다.


홍어_삭힌.jpg 삭힌 홍어


홍어의 첫 번째 고정 관념은 ‘삭힘’이다. 홍어는 삭혀야 제맛이라 생각한다. 삭힌 홍어는 홍어를 먹는 방법 중 하나일 뿐, 절대는 아니다. 삭힘은 냄새를 동반한다. 부드럽게 코를 간지럽히지 않는다. 코를 찌르고 목구멍까지 후벼 판다. 홍어 살 속에는 요산이 많다. 요산은 숙성 과정에서 암모니아 가스를 배출한다. 홍어에서 나는 냄새 주인공이다. 삭힌 홍어를 많이 파는 나주 영산포나 목포 항동시장은 삭힌 홍어 향을 쉽게 맡을 수 있다. 삭힘 냄새가 나야 홍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두 번째는 지역 편중이다. 물론 가격이 홍어를 식재료로써 취급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 역할이다. 가격이 낮고 맛있으면 뭔들 활용하지 못하겠는가? 맞다 가격이 문제다. 홍어의 높은 가격은 예전에 홍어가 잡히지 않았을 때의 형성된 ‘고가’이미지가 있다. 제대로 된 홍어는 비싸다는 이미지가 사람들 머릿속에 대못이 되어 박혀 있다. 예전보다는 싸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홍어는 비싸다. 이는 흑산도 지역에 한정했을 때 이야기다. 홍어는 흑산도 근해에서도 많이 잡히지만 서해를 크게 회유한다. 흑산도에서 놀던 홍어가 350km 떨어진 대청도 근해에서도 많이 잡힌다. 대청도에 잡힌 홍어는 목포에서 가장 많이 경매에 부쳐진다. 일부는 인천종합어시장이나 노량진에 공급이 된다.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는 별도의 표식이 있다. 그렇지 않은 국내산 대부분은 대청도라 보면 될 듯싶다.

홍어 2.jpg 인천어시장에서 산 4만 원 홍어의 크기



대청도 홍어를 맛보면 홍어에 박힌 두 가지 고정 관념이 깨진다. 일단은 삭히지 않는다. 삭힌 것도 있지만 대부분 선어 상태로 냄새가 없다. 흑산도나 대청도 현지도 삭힌 것은 외지인들만 찾지 현지인들은 그냥 다른 생선처럼 신선할 때 회로 썰어 먹는다. 신김치나 돼지고기도 필요 없다. 삭히지 않은 홍어회는 차짐이 예술이다. 초장이든 초된장이든 푹 찍어서 먹으면 이 맛을 왜 이제 알았는지 하는 후회가 들 정도다. 서남해안의 작은 포구에 가면 간재미(간자미) 무침을 많이 판다. 흔히들 작은 가오리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 녀석들도 엄연히 홍어다. 홍어는 참홍어와 홍어 두 가지가 있다. 참홍어는 전체적으로 마름모 모양이고 홍어는 참홍어처럼 각짐이 없고 둥그스름하다. 그렇다고 가오리처럼 둥글지도 않다. 흑산도나 대청도에서 홍어는 정확하게는 참홍어로 불러야 한다. 간재미 무침은 별미로 먹는다. 큰 홍어를 무침으로 하면 별미 이상이다. 여기에 삶은 국수까지 더하면 이보다 맛있는 회국수는 없을 듯싶다. 삭히지 않은 홍어의 활용 가치는 여느 생선과 같다.

홍어_애.jpg 홍어 애.. 신선함이

홍어의 두 번째 문제는 가격이었다. 흑산도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가격은 많이 내려간다. 2월 중순 기준으로 대청도 홍어의 가격은 kg당 15,000원 정도. 시세야 그때그때 달라지지만 작년과 재작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같은 시기에 나는 대방어나 다른 어종과 비교해도 저렴하면 저렴했지 비싸지 않다. 사진에서 가장 큰 홍어가 15만 원대 이후로 8, 5, 4만 원이다. 홍어를 선택하면 쥔장은 용도를 묻는다. 회 or 무침? 회는 썰어 주지 않고 무침은 썰어 준다. 손질하면 처음 하는 작업은 내장에서 간을 먼저 분리한다. 전문점에서 보던 분홍색과 회색빛이 섞여 있던 모양새가 아니다. 흰색 바탕에 분홍빛이 돈다. 그만큼 신선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간(애)는 참기름이 필요 없다. 맛을 끌어내는 소금만 있으면 충분하다.


알게 모르게 식재료에는 수 많은 고정 관념이 있다. ‘어두일미’ 생선 먹을 때 많이 이야기한다. 신선한 것은 어두일미가 맞다. 삭힌 거나 말린 것은 어두일미가 안 맞을 수도 있다. 특히 말린 큰 생선의 대가리는 아무 맛도 없거니와 잡내의 주범이다. 보리 굴비로 파는 말린 부세 요리할 때 대가리만 떼도 잡내가 반으로 준다. 내장까지 제거하면 냄새는 반의반으로 준다.


식재료를 볼 때 고정 관념을 버리는 습관을 들이면 다양한 맛을 그릴 수 있다. 누군가가 만든 고정 관념에 사로잡히면 나만의 메뉴 만들기는 한없이 어려워진다.


#여행자의식탁


#월간식당_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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