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곰한 맛이 좋은 모싯잎차

식재료의 새로운 관점

by 김진영

예전에 사회과부도라는 교과서가 있었다. 사회책에 딸려 나오는 부록으로 지리나 문화, 특산품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사과는 대구, 인삼은 강화, 풍기, 금산 식으로 법칙처럼 선언해놓은 책이다. 식품 관련 일을 하면서 한동안 저 선언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식품 MD 초기, 인삼 하면 금산이나 강화여야 하는데 뜬금없이 장수나 진안의 인삼을 누군가가 이야기하면 일단 색안경부터 꼈다. 상품을 보고 품질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버릇처럼 “인삼은 금산이지”하곤 했다. 출장다니다가 사회과부도에 없던 지역에서 인삼밭을 보면 혀를 차곤 했다. 품질도 교과서에 품질인증한 곳이 아니기에 품질이 별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시절이었다. 근래에 농촌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삼밭 구경이 조금 더 쉬워졌다. 일할 사람이 없어 노는 밭을 임대해서 삼 심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출장의 누적 거리가 늘어나면서 어리석움은 어느 정도 풀렸지만 고정 관념 깨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관념을 여전히 깨면서 다니고 있다. 모시도 고정 관념을 깨고 있는 식재료다.

모시, 한산 모시만 생각난다. 연이어 베틀에 앉아 모시 짜는 인형이 눈에 아른거린다. 1971년생인 필자는 사회과부도로 주입식 교육을 배웠기에 모시는 옷 만드는 풀로만 알았다. 나중에 2000년 후반 영광에서 모싯잎 송편을 만났을 때부터는 모시하면 송편까지는 떠올린다. 그다음은 없다. 모싯잎 송편도 금산 인삼과 같이 영광의 특산품인 줄 알았다. 영광에서 처음 맛을 받고 쇼핑몰이나 방송에서 내내 영광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1990년대 초반에 쌀 가공품 전시회에 경상도 특산품으로 모싯잎 송편이 있었고 전라도는 다른 떡이었다. 모시 농사를 짓는 곳이라면 나물이든 쌈의 재료로 사용했을 것이다. 다만 특산품 굴비로 톡톡한 재미를 본 영광이 먼저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다. 영광 모싯잎 떡을 먹으면 달다. 설탕의 단맛도 있지만, 모싯잎의 맛이 달곰한 맛이 있다. 설탕처럼 훅하고 쳐들어오는 단맛은 아니지만 은은한 단맛이 있다. 게다가 모싯잎을 넣고 하면 떡이 천천히 굳는다. 시장 구경하다가 오후에 만들어 놓은 떡을 맛보면 아침에 한 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 쌀로만 한 절편이나 쑥떡하고는 전혀 다른 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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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는 옷감 재료에서 떡 재료까지 쓴다. 딱 거기까지다. 사실 알고 보면 모싯잎의 장점이 꽤 있다. 이런저런 장점보다는 칼슘 함량이 대단히 높다. 우유에 든 칼슘보다 48배 많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을 정도다. 게다가 칼슘의 소화 흡수율이 다른 어떤 식품보다 높다고 한다. 우유에 든 칼슘도 칼슘이지만 마신 우유를 소화하기 힘든 이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관심을 가지면 비로소 식재료가 보인다. 우리가 몰랐을 뿐 모시는모시잎은 전국에서 난다. 잎을 냉동한 것, 잎을 동결건조나 열풍 건조한 것을 가루 낸 것 등 다양하게 있다.

모시 1.jpg 모싯잎, 슬쩍 보면 깻잎과 비슷하다


지난 9월에 모싯잎 차 공장이 있는 전라북도 무주를 찾았다. 다른 일도 있었지만 고정 관념을 깨는 상품이었기에 궁금증 해결 차원 차 갔다. 모싯잎 차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듣고, 맛을 봤다. 맛을 보는 순간 모싯잎 떡에서 느꼈던 청량한 단맛이 기억이 났다. 모싯잎 송편을 만들 때와 차를 만들 때 모싯잎 수확과 가공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우선, 떡을 만들 때는 줄기와 잎을 모두 사용한다. 모싯잎은 일 년에 4~5차례 수확한다고 한다. 줄기째 베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어난 자리 옆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이내 숲을 이룬다고 한다. 가을에 마지막 수확하며 밑둥까지 잘라내도 이듬해 따스한 햇볕이 비추면 그 자리에 다시 순이 돋는다고 한다. 생명력이 참 강한 풀이 모시다. 떡을 만들기 위해 줄기까지 베어낸 것을 삶아서 쌀가루와 버무려서 떡 반죽을 한다. 차를 만들 때는 줄기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새로 돋아난 부분의 부드러운 줄기와 잎만 사용한다. 베어낸 잎을 씻은 다음 뜨거운 증기로 쪄내고는 건조기에 말리면 차가 된다. 녹차 만들 때처럼 덖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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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싯잎 차를 마시면 은은한 단맛에 놀란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차 중에서 단맛이 나는 차들이 있다. 아주 비싼 녹차 중에서도 있지만 손쉽게 살 수 있는 가격 중에는 대나무 잎차, 수국차, 감잎차가 있다. 모싯잎 차도 감잎차나 수국차 못지않게 은은한 향과 단맛이 꽤 매력적이다. 샘표 우리맛 연구팀장인 최정윤 세프의 표현을 빌리면 “좋은 향, 은은한 단맛, 게다가 폼 잡는 것이 없어 좋다”다.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옷감 재료였던 모시, 살짝 틀어서 보니 식재료로써도 손색이 없었다. 모싯잎 차는 후식용으로 손색이 없다. 가루나 이파리를 면에 활용해도 좋을 듯싶다. 노년층이 증가하는 시대에 소화 흡수율이 좋고 높은 칼슘 함량을 가진 재료로 음식을 업그레이드한다면 좋은 마케팅 포인트가 될 듯싶다. 게다가 은은한 단맛이 있어 맛까지 좋으니 금상첨화다.


식재료는 글로만 봐서는 안 된다. 언제나 그렇듯 백문이불여일미(百聞不如一味)다.




영광_송현떡집.jpg 영광 송현떡집, 영광 모싯잎 송편을 처음으로 팔았다고 한다.

#월간식당_12월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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